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가 15일 법원에 채무변제 및 감자 계획 등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재판부와 채권단의 `선처'를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법원과 채권단이 이 계획안 내용을 납득하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야 쌍용차는 중도에 법정관리가 폐지되는 위기를 면할 수 있다.

쌍용차로서도 장기간의 파업 사태를 만회할 수 있도록 생산성과 판매실적을 높이고 신차 개발 자금 등을 성공적으로 조달하는 등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해야 회생계획안에 대한 인가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법정관리 상태를 졸업하려면 우량한 기업에 인수가 돼야 한다는 과제 또한 남겨놓고 있다.

◇회생계획안 받아들여질까 = 법원은 이날 제출된 회생계획안이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따지고 재판부가 지정한 회계법인은 계획안이 수행 가능한 것인지를 검토한다.

법적 요건 검토는 회사를 계속 운영할 때 채권자들이 변제받을 수 있는 돈이 파산시켰을 때 분배될 돈보다 많은지, 후순위 채권자가 선순위 채권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변제받게 되는 등 형평에 어긋나는 대목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는 작업이다.

통상 기업이 회생계획안을 낼 때에는 사전에 법원과 조율을 거치기 때문에 돌발적인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재판부가 회생계획안에 법적 흠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에 대해 회계법인이 조사한 결과와 오는 11월6일로 예정된 2차 집회기일 및 3차 집회기일에서 채권단이 계획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쌍용차의 법정관리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회생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법정관리 상태이므로 주주총회 등은 열리지 않지만 지난 6월 현재 쌍용차의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된 만큼 법률적 요건 상 상하이차도 의결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하이차는 소액주주보다 더 많은 비율로 대주주 지분을 줄일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수긍하고 있는 것으로 쌍용차는 파악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가 관건" = 쌍용차가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고 해서 법원과 채권단에 `공'을 완전히 넘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계법인이 계획안 수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채권단이 그 평가에 동의하려면 쌍용차도 조기에 경영을 정상화해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회계법인은 지난 5월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1조3천276억원으로, 청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인 9천386억원보다 3천890억원 더 많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쌍용차가 신차 개발비 등을 추가로 조달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크게 높였을 때를 전제로 한 의견이었다.

77일간 지속된 공장점거 파업 사태로 발생한 손실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쌍용차는 유일한 돈줄인 판매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당분간 신차 없이도 양호한 판매실적을 내야 하고 부지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구조조정을 거쳐 개선된 생산성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금융권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아내는 등 경영 전반에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작업을 부단히 진행해야 회생을 도모할 수 있다.

장기간 생산중단으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도 쌍용차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최종 목표는 우량기업이 인수하는 것" = 만약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이 인가된다면 인수합병이 마지막 과제로 남는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각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량한 기업이 적극적으로 쌍용차를 인수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쌍용차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금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3자 매각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러시아와 인도 등 해외 완성차 업체와 국내 중견 기업 등 3∼4곳에서 쌍용차 인수에 이미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능력이 검증된 자동차그룹 등은 아직 매수후보로 나서지 않고 있다.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인 한 러시아 업체의 경우, 쌍용차에 줘야 할 부품 대금마저 결제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력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등을 감안해 정부는 경영을 지속적으로 책임질 전략적 투자자(SI)에 쌍용차를 매각하는 것뿐 아니라 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가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가 되는 것도 회생방안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장기간의 파업 사태를 마무리하고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 가고 있지만 회생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실정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