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과업체 캐드베리 인수전이 미국 최대 식품업체 크래프트와 미국 최대 초콜릿업체 허쉬 간 대결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더 타임스는 9일 허쉬가 JP모건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캐드베리 인수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쉬의 이 같은 행보는 앞서 크래프트가 캐드베리 측에 102억파운드(약 167억달러)를 제시한 인수제안서를 보낸 뒤 나온 것이다.

캐드베리 측이 "금액이 너무 적다"며 일단 크래프트의 제안을 거절한 상태지만 세계 제과업계 5위(시장점유율 4.5%)인 크래프트가 2위(10.3%) 캐드베리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1위 마스(14.8%)를 제치고 연 매출 500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제과업체로 변신할 수 있는 만큼 허쉬(4위) 입장에선 이번 인수 시도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처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허쉬가 세계 최대 식품업체이자 3위(7.6%) 제과업체인 네슬레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캐드베리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캐드베리가 만든 초콜릿과 사탕 등을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허쉬는 2007년 캐드베리 인수를 추진했으나 불발로 끝났다. 2002년에는 지난해 마스에 230억달러에 인수된 껌업체 리글리를 인수하려다 실패했다.

한편 크래프트는 캐드베리의 인수 제안 거절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구애 작전을 펼칠 계획이다. 적대적 인수 · 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된다. 캐드베리의 텃밭인 껌과 초콜릿 사업 부문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남미와 인도 등 신흥시장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트는 인수 제안가의 절반인 50억파운드 규모의 자금을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 등을 통해 브리지론 형태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