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경제를 보는 해외 시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마디로 주인인 우리보다 해외 시각이 더 좋은 것이 요즘 분위기다.

실제로 단기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는 지난해 9월 리먼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피치도 우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비록 '전망'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11월 떨어졌던 국가 가운데 상향 조정된 곳은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이 개선되는 데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현 정부가 보여준 위기대처법이 꼽힌다. '전시' 체제로 끌고 간 현실 인식에다 적극적인 통화와 재정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북핵 사태를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대처했던 것을 외국인은 인상 깊게 보고 있다.

경제지표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위기 후 경기회복이 중국에 이어 가장 빠른 데다 갈수록 소비와 생산,심지어는 일부 고용지표에 이르기까지 개선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처럼 외환위기를 경험한 나라를 평가할 때 중시하는 외환보유액이 다시 증가한 것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관행으로 볼 때 예고 혹은 의향 지표에 해당하는 '전망'이 조정되면 6개월 이후에는 실제 '등급' 조정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되면 그때는 의미가 크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직전 수준까지 꾸준히 상향 조정되다가 그 후 약 4년 동안 조정되지 않고 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해외 시각이 좋아질수록 고민도 함께 늘어나는 곳이 외환당국이다. 시기적으로 출구전략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해외 시각 개선 등으로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국내 기업과 금융사의 해외 차입 등으로 외화유동성이 풍족해지기 때문이다.

많아지는 외화 유동성을 외환 보유로 흡수하면 환율이 떨어지지 않아 수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출구전략 추진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외화 회수로 풀린 원화 자금을 흡수하기 위한 이른바 '불태환 정책'을 추진하면 금리를 올리거나 다른 유동성 환수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출구전략 추진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환율로 전부 흡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외환당국이 달러를 회수하지 않았다면 원 · 달러 환율은 1100원 선이 붕괴될 수 있을 만큼 올 3월 이후 지금까지 외환 사정이 풍부했다.

앞으로 수출과 경기가 더 회복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원 · 달러 환율은 적정 수준 내외에서 유지돼야 한다.

한 나라 통화 가치의 적정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환율구조 모형,경상수지 균형모델,수출채산성 이론 등이 주로 활용된다. 원 · 달러 환율의 경우 추정 방법과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적정수준은 1150~1170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재 원 · 달러 환율이 1240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외화 사정을 감안하면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수준이다.

다행히 정책적으로 여지는 있다. 한편으로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는 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수시장 확대와 인플레 안정을 위해서 환율이 더 떨어질 필요가 있다. 또 이미 원 · 달러 환율은 많이 하락함에 따라 무역흑자와 외국인 자금 유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늘어나는 외화 유동성을 일부는 외환보유로,나머지는 환율로 적절하게 흡수할 경우 출구전략을 앞당기거나 수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외환당국은 향후 외환정책은 반드시 이원적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변수와 마찬가지로 변동성은 커지겠지만 원 · 달러 환율은 평균 1200원 내외로 예상하고 외화를 운용하면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