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前 주가 회복…환율 안정
저금리發 버블 우려 가중

작년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는 금융 부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외견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완벽하게 1년 전으로 회귀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600을 돌파했고 환율도 안정된 흐름이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곳곳에 상처가 남아있다.

정보ㆍ기술(IT)과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는 철저하게 양극화되고 있다.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새로운 '버블(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금융지표 'V자형' 회복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업종 지수는 '리먼 사태' 직전인 작년 9월12일 506.61에서 11월20일 258.40으로 반토막이 났다.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인 것은 올해 4월. 금융업종 지수는 5월말 4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7월 말 500선으로 올라섰다.

이는 금융부문에서 시작된 위기가 마침표를 찍었음을 의미한다.

앞서 코스피지수도 7월 20일 1,478.51로 오르며 위기 직전 지수(1,477.92)를 탈환했다.

금융불안이 실물로 전이되면서 다시 금융시장을 타격하는 악순환이 우려됐지만, 실물 부문이 탄탄한 내성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먼저 'V자형' 곡선을 그린 것이다.

외환시장도 빠르게 안정됐다.

작년 9월초 1,100원 안팎에 머물렀던 환율은 9월 16일 1,160원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 24일에는 1,513원으로 급등, 10년 만에 1,500원대로 올라섰다.

금융위기 여파로 원화가 위험이 큰 신흥시장 통화로 분류되고 해외차입마저 막히면서 외화유동성 경색이 심화한 데 따른 것이다.

'3월 위기설'이 제기된 올해 3월 1,500원대로 치솟으며 잠시 불안한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지만 5월 이후로는 넉 달가량 1,2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분기별 평균 환율도 1분기 1,418.30원에서 2분기 1,286.10원으로 낮아졌다.

환율 안정에는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세, 무역수지 개선,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보유액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작년 11월말 2천5억 달러로 급감, 2천억달러 붕괴를 눈앞에 뒀으나 올해 7월말 2천375억 달러로 늘면서 작년 9월말 수준(2천398억달러)에 육박했다.

◇ 유동성버블…위기재발 '불씨'

각종 금융지표의 안정에는 기준금리를 2.0%로 파격적으로 낮추고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한 비상조치가 주효했다.

바꿔 말하면 사상 최저 수준인 금리가 고스란히 과제로 남은 셈이다.

벌써 초저금리가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곳곳에서 버블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를 정상화하고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유동성을 토대로 회복한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제다.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은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로 묶어뒀음에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현재 4.38%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그 격차가 2.61%포인트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는 일단 해소된 상황에서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이 최대 과제"라며 "그 수위에 따라 금융시장을 상당히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극화도 금융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IT와 자동차 등 주력업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승자독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상당수 종목은 위기 이전의 시가총액을 회복하지 못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안정됐지만 우량회사와 비우량회사간 또는 업종간 금리격차가 여전히 크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증거다.

환율도 대체로 하향 안정화 요인이 우세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4분기에 경기회복세가 둔화한다면 상승추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외환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신흥시장의 환경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원화가 과거처럼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