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400여명이 몰리면서 좌석 150여개가 모자라 많은 사람들이 복도에서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법정 안의 상황을 지켜봤다.

입찰자들은 예상했던 금액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냈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도 치솟았다. 강남구 역삼동 우정에쉐르 아파트 40㎡형에는 26명이 몰려 감정가(2억3500만원)의 111%인 2억6100만원에 팔렸다.

지난 3일 광진구 자양동 서울동부지법 경매법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어터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2차아파트 101㎡형은 24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감정가(7억2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비싼 8억3699만원에 낙찰됐다.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과 정부의 규제 움직임,여름 비수기 등 '3대 악재'가 겹쳐 버블세븐 지역(서울 강남3구 · 목동,경기 분당 · 평촌 · 용인) 집값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경매시장에는 뭉칫돈이 계속 흘러들고 있다.

5일 경매정보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버블세븐 아파트 낙찰가 총액은 1510억원으로 전달(1020억원)보다 48% 늘었다.

이 업체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월간 단위로는 가장 많은 금액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작년 11월만 해도 버블세븐의 월 낙찰가총액은 304억원까지 떨어졌었다.

지난달에는 버블세븐 중에서도 용인지역 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용인의 낙찰가총액은 649억원으로 한 달 전(194억원)에 비해 3배가 넘는 금액이 몰렸다. 분당도 267억원으로 전달(188억원)보다 42% 늘었다. 다른 곳보다 저렴한 물건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연립 · 다세대 주택의 낙찰가율도 강세다. 지난달 서울 연립 · 다세대의 낙찰가율은 94.08%로 연중 최고치였다.

비수기인 7월 경매시장이 호황을 맞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경매는 현장조사가 필수적인 만큼 휴가와 장마가 겹치는 7,8월은 전통적으로 비수기였다"며 "최근의 경매 열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때아닌 경매 열기는 부동산 주변에 대기 중인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매시장이 뜨거워진 것은 투기 자본이 향후 부동산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있다는 방증"이라며 "주택시장에서도 9월부터 공격적인 매수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도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매낙찰가율이 통상 집값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휴가철 이후 '부동산 랠리'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경매 낙찰가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비수기와 정부의 대출 규제 및 단기 급등 등의 여파로 7월 중순 이후 집값 상승세와 거래량이 주춤해졌지만 방심하기엔 이르다는 얘기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건수는 지난 6월 4만7638건으로 1월의 1만8074건에 비해 2.6배 증가했다. 수도권은 6월 2만1568건으로 작년 11월의 3357건에 비해 6.4배 급증했다.

이건호 /노경목/박종서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