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29일 공석 중인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독일 출신 귀화 한국인 이참씨(55)를 임명했다. 외국인이나 귀화 한국인이 공기업 사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신임사장은 "오래 전부터 공공기관의 수장으로서 한국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한국을 돕는다는 의미의 첫 번째 한국 이름 '이한우'와 한국문화에 동참한다는 뜻의 두 번째 이름 '이참'의 의미를 현실 속에서 구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자연풍광과 역사의 향기가 스며있는 관광자원이 풍부한 나라"라며 "내가 느꼈던 한국관광의 매력을 외국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힘 쏟을 것"이라며 한국관광 전도사 역할을 맡은 데 대한 의욕을 표명했다. 그는 특히 '무형의 관광자원'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정신문화도 자연경관에 못지 않은 경쟁력 있는 관광 콘텐츠이며 이를 스토리텔링 기법을 접목시켜 살아 숨쉬게 만들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이 사장은 관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은 선진국보다 열세에 놓여있는 게 사실이지만 잠재력은 무한하다"며 "드러나지 않은 관광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범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활동이나 각종 단체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소통을 해와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관광발전 과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의료관광이나 국제회의산업(MICE) 등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분야의 육성을 한 과제로 꼽았다.

이 사장은 "한국사회가 귀화 한국인에게 공기업 사장자리를 맡길 정도로 열린사회가 됐다"며 "이런 열린 자세가 관광한국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일을 수월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 '우리나라'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는 "나는 피부색만 다를 뿐 파주에 묏자리까지 마련해 놓은 엄연한 한국사람"이라며 "기업의 경영자문활동 등을 통해 한국의 조직문화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54년 독일에서 태어난 이 사장의 본명은 베른하르트 콴트.그는 독일 마인츠시 구텐베르크대에서 불문학과 신학을 공부했고,미국 인디애나주 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상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종교 단체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1978년 정착했으며 1986년 귀화해 한국인이 됐다. 이후 강연,경영자문,강의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관광 및 한식세계화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2007년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회 특보로도 활동했으며 지난 1월에는 대한스키협회 임원을 맡기도 했다. '나는 독일제 순한국인''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답답한 나라 한국' 등의 책을 썼다. 1982년 결혼한 한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