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대표에서 해임된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아 재계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친형과의 갈등 속에서 사실상 해임됐기 때문에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응수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외형상 `침묵 모드'가 계속되자,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해임'이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관측에서부터 마음을 추스르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갖가지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
29일 박 회장의 가족에 따르면 그는 해임된 28일 오후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일찍 귀가한 뒤 이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고 한다.

한 가족은 이날 오전 "(회장님이) 어제 오후에 오셔서 집에서 주무시고 아침 일찍 집을 나가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진들이 28일 밤과 29일 아침 일찍 그를 만나기 위해 자택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던 만큼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28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박 회장의 자택은 50대 여성이 "심부름을 왔다"며 다녀간 것 외에는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박 회장은 회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에서 마음을 추스르면서 반격의 준비를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가 우선 쓸 수 있는 카드로 `법적 소송'을 준비한다면, 외부에서 변호사들의 법률 자문을 구하며 조만간 이사회 무효와 자신의 대표이사 직 유지를 위한 가처분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형인 박삼구 회장이나 이사회를 상대로 쉽게 소송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박삼구 회장이 다른 총수일가의 지분을 동원해 해임을 결정한 만큼 소송을 할 경우 자칫 집안전체와 싸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삼구 회장은 28일 "(박찬구 회장 해임이) 이사회 결의에 의해 이루어진 만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법적하자는 없다"고 말한 만큼 소송을 건다 해도 승소 가능성이 있을지도 희박한 실정이다.

박찬구 회장이 침묵에서 벗어나 반격 카드를 들고 나올지, 형과 집안의 초강수에 승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