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대구 복현지점의 이순진 차장(37)은 요즘 회사 동료는 물론 고객들로부터도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식의 달인'으로 불리는 증권 맨들을 대상으로 한경닷컴이 주관하는 '2009년 삼성전자 파브배 한경스타워즈'대회에서 상반기 수익률 56.44%로 1위를 기록한 덕분이다. 올해로 14회째인 한경스타워즈는 참가자에게 1억원씩 나눠준 뒤 누적손실률이 25%를 넘으면 중도탈락시키며 연말까지 진검승부를 벌이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실전투자대회다.

이 차장은 또 대신증권이 작년 5월부터 올 3월까지 전국 지점의 700여 직원을 대상으로 고객에게 고수익을 안겨준 '베스트 파트너(우수직원)'를 선정할 때 2개월을 제외하고 9차례나 뽑히기도 했다.

이처럼 단골로 우수직원에 선정되고 한경스타워즈 1위를 달릴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그는 "당연한 얘기 같지만 잃을 때 적게 잃고 먹을 때 많이 먹어야 고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자유낙하했던 지난해 하반기에도 월 최대 손실률이 -7%(2008년 8월)에 그친 반면 최고 수익률은 83.10%(11월)에 달했다.

이 차장은 투자종목을 단순화하면서 과감하게 손절매하는 전략을 '한경 스타워즈' 1위의 비결로 꼽았다. 투자종목은 많을 때도 7~8개를 넘지 않는다며 최근 2개월간 횡보장에서는 자신있는 한두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수익률을 지켰냈다는 설명이다. "과감한 손절매와 높은 현금보유율로 순발력을 극대화한 게 좋은 성적의 배경입니다. "

그는 "보통 자산의 50% 이상을 현금으로 갖고 있고,장이 좋지 않을 때는 전액 현금으로 보유하기도 한다"며 "기회를 엿보다 한두 종목에 큰 돈을 투자한 뒤 예상대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거나 정체양상을 보이면 미련 없이 매도한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특별히 장기투자할 만한 종목이란 판단이 들지 않으면 1주일 이상 보유하지 않는 단타 전문이다. 수익을 확정지은 뒤 대기하면서 다시 처음부터 투자종목을 고른다. 대신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면 비축했던 현금을 과감히 투입한다. '주식은 팔아야 비로소 내 돈'이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냉정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스피 150개,코스닥 50개 등 약 200종목을 투자 대상으로 지켜보고 있다. 종목 수를 늘리면 집중이 되지 않는단다. 단타 위주여서 중소형주를 쳐다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주요 타깃이다. "대형주는 이익이 안정적이고 거래 참여자가 많아 유동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단타에 적합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매매종목 중 대형주로는 하이닉스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하이닉스 신주 상장을 앞두고 물량 부담 우려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질 당시 주가가 충분히 내렸다고 판단하고 매수에 나서 며칠 만에 짭짤한 차익을 올렸다며 대형주에도 단타의 기회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적자 기업은 쳐다도 보지 않고 알짜배기 중소형주라도 이미 급등한 종목 역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또 기관과 외국인 동향을 꾸준히 살필 것을 주문했다.

"현진소재의 경우 기관의 '사자'가 붙는 것을 보고 매수 초기부터 함께 들어간 점이 주효해 큰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 차장은 올 상반기 전기전자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가전제품이나 휴대폰 등은 사람들이 늘 찾는 필수품 성격이 강해 경기 사이클이 짧아 회복 국면에서 반등도 빠르다는 설명이다.

이 차장이 뛰어나다고 개인들도 그처럼 짧은 패턴의 주식매매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반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투자 원칙을 물었다. 그는 첫 번째로 '지나치게 많이 오른 종목은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호재가 되는 공시나 뉴스가 나오면 일단 주가 차트부터 보고 이미 너무 올랐다 싶으면 더 이상 욕심을 내거나 환상에 빠지지 말라"는 조언이다.

또 너무 많은 종목에 관심을 두지 말 것을 권했다. 개인들은 주가 수준이 너무 낮거나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종목은 기업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성급하게 손을 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적은 돈으로 대박을 내고 싶은 욕심 때문인데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는 게 이 차장의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1000원 미만의 종목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거나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업종과 기업 중 대표주를 골라 투자하면 꾸준한 수익률을 낼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기 위한 '물타기'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대형주는 간혹 물타기로 손실이 줄 때도 있지만 손해가 더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 차장은 "다만 정말 괜찮은 우량주가 두 번가량 투매 양상으로 시장에 나오면 그때는 매수에 나선다"며 "이런 경우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 반드시 반등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장은 별 재미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경기 회복과 증시 반등이 예상보다 좋았던 만큼 하반기에는 오히려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는 다만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우량주의 주가가 떨어질 때는 두려워 말고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