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청사 모 부처의 A국장은 요즘 좀처럼 청사에서 얼굴 보기가 어렵다. 국장실에 전화를 할 때마다 국회출석이나 외부회의 등의 일정을 이유로 서울에 갔다는 말을 전한다. 휴대폰으로 연락해도 "좀 있다 전화하겠습니다"고 속삭이며 끊을 뿐이다.

사실 A국장은 1년 업무의 절반을 외부에서 처리한다. 보통 국회가 열리는 2,4,6,9,10,11월에는 국회의원들에게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한 달 평균 20일가량을 여의도에서 보낸다. 국회가 열리지 않는 달에도 국회의원들의 의원 발의 준비를 돕기 위해 최소한 10번 이상은 국회에 들러야 한다.

물론 이 같은 공식적인 일정만 있는 게 아니다. 저녁 식사를 겸한 비공식 일정까지 소화하려면 낮과 밤을 거의 서울에 상주해야 할 판이다. 특히 정부 입법안을 준비할 때는 국회의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법안 통과를 위해 설득 작업을 벌여야 한다. 스킨십을 늘리기 위해 의원 보좌관들과도 수시로 만난다. A국장은 "최소한 세 번 정도는 만나야 정부의 입법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회만 A국장을 붙드는 게 아니다. 업무 보고를 위해 1주일에 한두 차례는 청와대에 가야 한다. 타부처와 관련된 정책 조율을 위해서는 세종로나 여의도 등에 있는 다른 부처도 찾아간다. 정확한 명칭조차 떠올리기 힘든 수많은 위원회를 챙겨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A국장은 "정부와 민간을 통틀어 나도 모르게 소속돼 있는 위원회가 15개나 된다"며 "위원회는 대개 서울에서 열린다"고 한다. 일개 국장이 이런 사정이라면 장 · 차관급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국회가 열리는 때에는 거의 한 달 내내 여의도에 붙박이로 머물러야 하며 청와대 회의도 훨씬 자주 가야 한다.

A국장은 "복잡하고 어려운 정책을 전화나 화상통화로만 설명하게 된다면 그게 이해가 되겠느냐"며 "여의도에서 과천까지 오가는데도 반나절을 잡아먹는데 세종시에서 서울까지 길에 뿌리는 시간과 돈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국회도 같이 옮겨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