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연애 못하는 '초식남'과 '건어물녀'들 이젠 '곤카쓰' 하셔야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뜬금없어 보이는 이 말이 최근 일본 미혼남녀들 사이에선 크게 유행하고 있다.

'초식남'은 지난 2006년 일본의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처음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성격이 양과 같은 초식동물처럼 순하고 혼자있기를 즐기며 연애와 결혼엔 도통 관심이 없는 20~30대 젊은 남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건어물녀'는 2007년 7월 인기리에 방영됐던 TV드라마 '호타루의 빛'에서 나온 말로,직장에선 누구보다 매력 넘치고 유능하지만 집에만 오면 아무렇게나 옷을 입은 채 마른 오징어 안주에 맥주 한 캔을 마시며 고독을 즐기는 여성들을 말한다. 사회생활에 너무 지쳐 연애하고 결혼하고픈 마음이 건어물처럼 완전히 말라버렸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의 30대 남성 미혼율은 지난 30년간 14%에서 47%로,여성은 8%에서 32%로 뛰어올랐다. 남성의 경우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가정생활에 대한 부담감이 늘면서,여성은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기혼여성으로서의 얽매인 삶을 피하기 위해 결혼을 미뤄왔다.

하지만 오랜 독신생활에 대한 피로감과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적 불안은 이들 초식남과 건어물녀들을 서서히 결혼의 길로 이끌고 있다. '곤카쓰(婚活 · 혼활)'는 결혼활동의 준말로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의 베스트셀러인 '곤카쓰지다이(婚活時代 · 혼활시대)에서 처음 사용됐다. 구직활동을 뜻하는 '슈카쓰(就活 · 취활)'처럼 결혼도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이 드는 필수적인 인생 과정이란 뜻이다.

곤카쓰는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도쿄 롯폰기에 생긴 곤카쓰 전문 주점에는 배우자를 찾고자 하는 미혼 남녀로 연일 붐빈다. 일본 프로야구팀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는 이달부터 야구장에 '곤카쓰 좌석'을 따로 운영하며 스피드 데이트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 자리에선 이닝이 바뀔 때마다 남녀가 좌석을 바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