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진출작 '6시간', 독립영화 '약탈자들' 주연
김태훈 "형 김태우는 선배 연기자"
배우 김태훈(34)을 말할 때 아직은 '김태우의 친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따라붙는다.

두 사람 모두 연기를 하는 배우지만 김태우가 훨씬 먼저,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일 터.
김태훈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 오다 CF 모델 일을 시작했고 2006년 영화 '달려라 장미'로 데뷔했다.

드라마와 뮤직 비디오에도 얼굴을 내밀었지만 이름을 크게 알리지는 못했다.

정작 대중이 그를 알아보게 된 계기는 지난 5월에 있었던 칸 영화제. 김태훈은 단편영화 '6시간'의 주연으로, 김태우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칸을 찾으면서 형제가 나란히 칸에 진출했다는 사실로 화제가 됐다.

'배낭여행 같았다'던 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장편영화 '약탈자들'의 개봉(18일)을 앞둔 그를 만났다.

훤칠한 키에 부드러운 인상이 아무리 형제라지만 정말 많이 닮기도 했다.

"형이 유명한 배우라는 것이 저한테 전혀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하는데 플러스나 마이너스가 될 것도 없어요. 그냥 동생일 뿐인 거고 형제니까 닮은 건 당연한 거잖아요. 형이 먼저 이 길을 시작했고, 형이 누구의 힘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열심히 해온 것처럼 저도 그렇게 따라가려고 하는 거죠. 제가 형이라면 걱정도 많이 될 테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은데 형은 고맙게도 내색하지 않아요. 연기자 선배 중 한 명인 거고, 저를 많이 지켜봐 주는 선배죠."

김태우는 이달 초 있었던 '약탈자들' 시사회를 찾았다.

최근 극장을 거의 가지 못했다는 김태훈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사회에는 빠지지 않았다.

"형도 '잘 봤다, 재밌다'고 그러고, 저도 뭐 '잘 봤다, 재밌다' 그랬죠."
김태훈 "형 김태우는 선배 연기자"
김태훈은 "연기는 좋아하지만 즐기지는 못한다"고 했다.

"갈수록 부족한 것만 보인다"며 완벽주의자 기질을 보였다.

"학교 다닐 때는 잘한다고 생각했고 즐겼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커지니까 부족한 것이 몇 배로 커 보이고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영화에서 편하게 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게 거슬려요."

'약탈자들'에서 그는 사람들의 회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역사학자 상태 역을 맡았다.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여자를 밝히고, 논문을 표절했으며, 성추행 사건으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할아버지가 창씨개명했다는 이유로 역사 공부를 그만둬야겠다고 하는 이상한 상태의 남자다.

"시나리오 받고 재밌었어요. 캐릭터를 정확히 분석하고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재밌게 읽었고 꼭 하고 싶었어요. 독립영화제 출품되고 인디포럼에 나가면서 지금까지 4-5번 정도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달라요. 사실 세 번 볼 때까지는 제 연기만 봤고 나중에야 영화 전체가 보이고 더 재밌더라고요."

그는 산에서 뛰는 장면을 찍다 넘어져 손목뼈 두 군데가 부러지는 바람에 깁스까지 했다.

"곱창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장광설을 늘어놓는 장면은 한쪽 팔을 움직이지 못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요. 몰랐던 분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데 전 팔 동작 어색한 것만 보이죠."

시나리오가 재미있어 선택했고, 열심히 했고, 촬영은 즐거웠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결론은 여전히 '편하게 놀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친다.

"상태는 이상한 진지함과 괴상함을 갖고 있는데 그런 부분은 비슷하게 간 것 같아요. 아쉬운 건, 전 상태가 좀 더 귀여웠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걸 계산하면서 할 능력은 안되나 봐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부드럽고 선한 인상 때문에 비슷한 이미지의 배역에 갇힐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기우였다.

길게 내려왔던 앞머리를 쓸어 올리자 의외의 강한 이미지가 불쑥 나타난다.

"'양아치' 역할을 하고 싶어서 '구타유발자들' 오디션도 봤는데 떨어졌어요. 케이블 방송에서 했던 퓨전 사극 '정조암살 미스터리 - 8일'에서는 얍삽한 악역이었고, 다른 드라마에서 의리있는 조폭 역도 했었고요."

"영화 자체의 기술적인 것들은 잘 모르겠고, 배우 연기가 마음에 와 닿으면 그 영화가 재밌고 푹 빠지게 된다"는 그는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욕심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