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0일 발표한 '주거환경개선정책 보완 방안'의 핵심은 '공공관리자' 제도다. 기존 민간 중심의 재개발이 아닌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재개발에서 하나의 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공관리자는 정비예정구역 지정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 전까지 재개발 진행 과정을 관리 ·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추진위원회 난립,시공사-조합 간 유착,공무원 비리 등 각종 재개발 관련 문제들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공공관리자로는 관할 구청장이 직접 나설 수도 있고 구청이 SH공사나 주택공사 등을 지정해 위탁할 수도 있다.

공공관리자는 재개발 사업의 최초 단계인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한다. 정비업체란 인허가 등 각종 재개발 관련 사업 절차를 대행해 주는 민간회사다. 지금까지 일부 정비업체의 경우 특정 건설사와 결탁하거나 사업 이익을 높이기 위해 조합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공공관리자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이들 업체가 자신들의 이익이 아닌 주민들의 복리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감시하게 된다.

다만 공공관리자가 주민들로부터 동의서를 받거나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의 업무를 직접 담당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핵심 업무는 여전히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이 맡게 된다. 다만 공공관리자는 앞으로 하반기에 마련될 매뉴얼을 통해 보다 투명한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도록 돕는다.

권창주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지금은 시공사를 선정할 때 예를 들어 건축비를 3.3㎡당 300만원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해서 주민 동의를 받는다"며 "앞으로는 조경비 ?C?C원,인테리어비 ?C?C원,건축비 ?C?C원 등으로 상세한 자료를 내도록 해 주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권 과장은 또 "시공사 입찰 과정을 공공관리자가 엄격히 감시하도록 해 유착비리를 원천적으로 근절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때 사업비는 공공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금'을 통해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 시공비를 제외한 설계비,인허가 비용,이주 · 철거비 등 사업 추진비(총 사업비의 약 30%)가 대상이며 연 4.3% 정도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현재 추진위나 조합은 시공사나 정비업체로부터 돈을 빌리는 대신 연 7~8%에 달하는 이자를 주고 있다.

추가 분담금을 조합 설립단계에서부터 추산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비 산정 프로그램'도 개발된다. 지금까지는 분양 수입 등에 대해 예측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분담금 내역을 제시하지 않은 채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도록 했으나 이로 인해 일단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추후 관리처분 단계에서 시공비를 은근슬쩍 높이는 사례가 많았다.

주민총회를 할 때 직접 참석 비율을 현행 10%에서 더 높이거나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식도 검토되며 정비사업 홈페이지를 구축해 자료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반시설 비용 분담에 대한 기준도 대폭 손질된다. 현행법은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광역 기반시설까지 주민이 부담했으나 앞으로는 20m 이상 도로,근린공원 등은 공공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시프트(장기전세아파트)나 사회복지시설,문화시설을 지을 경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바뀐다.

세입자 대책도 휴업보상금 지급 기준을 현행 3개월에서 4개월치로 높이고 영업기간이나 업종을 고려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으로 조정된다. 아울러 철거공사도 시공사가 하도록 의무화해 현행 철거 용역업체와 관련된 비리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