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막대한 부를 자랑하던 미국의 유명인사들이 경기침체와 은행의 빚 앞에는 무기력하게 두손을 들고 있다.

미국 뉴욕의 마피아 패밀리인 감비노가(家)의 보스로 7년 전 사망한 존 고티의 딸 빅토리아 고티는 뉴욕 롱아일랜드에 420만달러의 대저택을 보유, 이 저택을 무대로 한 리얼리티 TV쇼에도 출연했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고티는 그러나 65만 달러의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

이처럼 유력인사들마저도 경기침체의 깊은 골을 헤어나지 못하고 대출금을 연체하면서 집을 압류당할 처지에 놓인 사례가 적지 않다고 미 A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강타자로 약물파동의 주역이었던 호세 칸세코는 250만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했으나 집값이 급락하면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집을 포기했다.

힙합 계열의 음반을 발매하는 라카펠라 레코드사의 공동창업자인 데이먼 대쉬는 맨해튼의 콘도미니엄 2채를 730만달러에 구입했으나 매월 갚아야하는 원리금 7만8천500달러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압류 통보를 받았다.

패션디자이너인 아내 레이첼 로이로부터는 이혼소송까지 당한 상태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헤픈 씀씀이 탓에 빚이 수억달러로 불어나 올해 3월 산타바버라 소재의 2천500만달러 상당의 대저택을 압류당할 처지에 놓였으나 사모펀드회사로부터 가까스로 대출을 받는 데 성공, 저택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대출은 앞으로 발매되는 새 음반의 수입과 순회공연 수입으로 빚을 갚는다는 조건으로 이뤄졌으며, 채무상환이 여의치 않으면 여타 주요 재산들이 채권자들의 수중으로 떨어질 수 있는 형편이다.

출판계의 거물 랜돌프 허스트의 미망인으로 뉴욕 사교계의 명사인 베로니카 허스트는 올해 2월 플로리다 해변에 위치한 침실 52개짜리 대저택을 차압당했다.

한때 4천500만달러를 호가하던 이 저택은 압류후 경매를 통해 2천300만달러에 처분됐다.

메이저리그팀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뉴욕 메츠에서 뛰었던 레니 다익스트라는 야구계에서 은퇴한 후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을 쌓았으나 프로 스포츠선수들을 타깃으로 한 잡지를 창간하면서 출판업에 손댔다가 수 천 만 달러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다익스트라는 결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1천850만달러짜리 대저택을 압류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이런 유명인사들마저 빚을 감당하지 못해 저택을 압류당하는 것은, 금융회사들이 호황기에 이들의 높은 수익과 재산을 염두에 두고 거액을 대출해줬으나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입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씀씀이를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