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원천무효 되나…'구역지정 조례' 위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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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당7구역 등 소송 봇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재개발(주거환경 개선사업 포함) 구역 지정 요건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 원천 무효라는 1심 판결이 나온 뒤 주민들의 무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판결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전국 재개발 사업장의 구역 지정 근거가 사라지면서 재개발 사업이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성동구 행당7 주택재개발구역 주민 62명은 지난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소장에 따르면 재개발의 근거가 되는 도정법 시행령은 △노후 · 불량건축물 수 △무허가 건축물 수 △호수 밀도 △토지의 형상 △주민소득 수준 등 5가지 재개발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지자체 조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는 이들 요건 중 2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시행령은 5가지 요건에 대한 세부 내용을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조례는 위임 범위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2가지만 충족하면 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3일 안양시 만안구 냉천구역과 새마을구역의 정비구역 지정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82명은 도정법 시행령의 다섯 가지 정비구역 지정 요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하면 구역 지정이 가능토록 한 경기도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가 무효라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역 지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두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의 손태호 변호사는 "도정법 시행령 조문을 따져 보면 서울시 조례도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소송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재개발 예정구역에 지은 지 10년이 경과하지 않은 멀쩡한 집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행당7구역 주민들은 서울시가 지난 3월 이곳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하자 "멀쩡한 집이 많은데도 시가 느슨한 요건을 적용해 재개발을 허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소송에 참가한 박영주씨는 "구역 안 여기저기에 완공 10년 전후의 주택이 널려 있다"며 "투자비와 임대 수익 등을 고려하면 새 집을 지은 사람들은 재개발하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법률적 허점을 찾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 표를 의식해 정비사업 기준을 너무 느슨하게 정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 기본계획에서 요건에 해당되지도 않는 곳을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편입했다가 문제가 되자 지난해 조례까지 고쳐 재개발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동작구 흑석뉴타운,성북구 성북3구역 등에선 지역 주민들이 구역 지정에서 빼 줄 것을 요청하며 집단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소송에서 원고 측이 최종 승리할 경우 재개발 사업의 판도는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우선 여러 가지 재개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불가피해 새로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이미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곳들도 소송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재개발 구역에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상당수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이 최종 판결을 근거로 소송을 걸면 잘나가던 재개발 사업장도 올스톱되는 게 불가피하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서울시 성동구 행당7 주택재개발구역 주민 62명은 지난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소장에 따르면 재개발의 근거가 되는 도정법 시행령은 △노후 · 불량건축물 수 △무허가 건축물 수 △호수 밀도 △토지의 형상 △주민소득 수준 등 5가지 재개발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지자체 조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는 이들 요건 중 2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시행령은 5가지 요건에 대한 세부 내용을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조례는 위임 범위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2가지만 충족하면 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3일 안양시 만안구 냉천구역과 새마을구역의 정비구역 지정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82명은 도정법 시행령의 다섯 가지 정비구역 지정 요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하면 구역 지정이 가능토록 한 경기도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가 무효라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역 지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두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의 손태호 변호사는 "도정법 시행령 조문을 따져 보면 서울시 조례도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소송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재개발 예정구역에 지은 지 10년이 경과하지 않은 멀쩡한 집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행당7구역 주민들은 서울시가 지난 3월 이곳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하자 "멀쩡한 집이 많은데도 시가 느슨한 요건을 적용해 재개발을 허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소송에 참가한 박영주씨는 "구역 안 여기저기에 완공 10년 전후의 주택이 널려 있다"며 "투자비와 임대 수익 등을 고려하면 새 집을 지은 사람들은 재개발하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법률적 허점을 찾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 표를 의식해 정비사업 기준을 너무 느슨하게 정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 기본계획에서 요건에 해당되지도 않는 곳을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편입했다가 문제가 되자 지난해 조례까지 고쳐 재개발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동작구 흑석뉴타운,성북구 성북3구역 등에선 지역 주민들이 구역 지정에서 빼 줄 것을 요청하며 집단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소송에서 원고 측이 최종 승리할 경우 재개발 사업의 판도는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우선 여러 가지 재개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불가피해 새로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이미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곳들도 소송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재개발 구역에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상당수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이 최종 판결을 근거로 소송을 걸면 잘나가던 재개발 사업장도 올스톱되는 게 불가피하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