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밴드가 오느냐를 보고 결정하겠지만 어딜 가든 썩 기쁘지 않을 것 같네요. "(ID:rock-b)

2006년부터 매년 7월이면 열혈 록 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둘로 쪼개졌다. 그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공동기획사 옐로우나인과 아이예스컴이 내부갈등으로 갈라서면서 옐로우나인은 경기도 이천의 지산밸리에서,아이예스컴은 인천 송도에서 각각 록 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이다. 문제는 최소 20억~30억원의 비용이 드는 대형 록 페스티벌이 같은 기간(7월24~26일)에 열린다는 점이다.

두 공연기획사는 왜 굳이 같은 날을 택했을까. 두 록 페스티벌이 겹쳐 열리게 된 이유는 일본을 대표하는 후지 록 페스티벌의 일정에 연동된 탓이 크다. 그동안 옐로우나인은 후지 록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펜타포트 무대에 오를 주요 해외 뮤지션을 섭외해 왔다.

해외 유명 밴드를 국내에 단독으로 출연시키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후지록 페스티벌에 참가한 뮤지션이 잠시 한국에 들러 공연을 하면 섭외 비용이 훨씬 줄어든다. 해외 네트워크를 쥐고 있는 옐로우나인이 독자적으로 꾸리는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도 자연스레 후지록의 라인업을 따라가게 됐다.

오아시스,위저,패티 스미스 등 1,2차 라인업이 공개되자 2000장의 조기예매 티켓이 오픈한 지 5분 만에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반면 아이예스컴은 옐로우나인과의 갑작스런 결별로 유명 뮤지션 섭외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두 회사는 1만~2만명의 한정된 팬층을 놓고 갈라서면서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양쪽 모두 10억원 내외의 적자를 볼 것으로 공연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인천광역시와 옐로우나인 간 '펜타포트' 상표분쟁도 진행 중이서 록 페스티벌은 이래저래 상처투성이로 바뀌고 있다. 이번 분쟁의 최대 피해자는 국내 록 팬들이다. 양측이 일정만 잘 조정했어도 팬들 입장에선 오히려 더 풍성한 공연을 즐길 수 있었지만,되레 한 쪽을 택해야 하는 고민을 떠안게 됐다.

양쪽의 물밑작업으로 동시에 섭외요청을 받은 국내 뮤지션들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까지 펜타포트에 후원해 온 A기업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행사가 이렇게 갈라서니 선뜻 후원하기가 꺼려진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