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식시장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어제 사흘 만에 조정을 받긴 했지만 코스피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해 1400선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주가상승률은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도 높다. 여기다 원화의 평가절상률까지 더하면 달러표시 주식투자수익률은 더욱 높아져,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대박수준이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주식시장발 선순환과정을 통해 우리경제의 조속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주식가치 상승에 따른 부(富)의 증대효과로 인해 소비가 살아나고 기업의 매출이 증가한다. 또한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유상증자를 통한 금융사의 자본확충이 가능해져 대출여력이 커진다. 그러면 기업투자가 다시 활발해지고 생산활동은 더욱 증가해 경제의 선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우리 기업이 재무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원래부터 수익성이 낮아 간신히 생존해오던 중소기업들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건설업 조선업에는 부실이 현재화된 기업이 상당수 있다. 세계경제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인수 합병 등 공격적 경영으로 규모를 키운 일부 대기업은,인수기업 수익성 악화와 자금시장경색으로 인수대금 지급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은 채무재조정을 통해 당분간 버티면서 경기가 조속히 다시 살아나기만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속한 경기회복에 회의적이다. 최근 국내 경제연구소의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90% 이상이 경기 조기 회복론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비관론이 우세하다. 세계경제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한경TV 주최 세계금융컨퍼런스에 참가한 폴 크루그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어도 회복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출비중이 큰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재무적 한계기업을 계속 생존시키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금지원 금융회사는 자산건전성이 나빠지고 자금중개기능이 위축된다. 이는 다른 건전한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실물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정부도 물론 이런 위험을 감지하고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 등 4개 국책금융회사에 대해 9500억원의 현금출자를 단행해,이들의 부실채권정리여력을 강화했다. 또한 지난달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한국자산관리공사 내에 구조조정기금을 설치했다. 그리고 이번 달 안에 2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 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기금은 금융회사 보유 기업부실채권 인수뿐만 아니라 직접 구조조정기업의 자산을 인수하고 정리하는 데도 사용된다.

재원은 정부보증 구조조정기금채권 발행으로 조달되므로 국민의 세금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부실채권과 구조조정자산 인수과정에서 인수가격을 엄격히 평가해 납세자에게 손실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부실채권의 사후정산방식에 의한 인수는,시가보다 과다한 가격을 지불할 우려가 있다. 부실채권에 대해 보다 정교한 평가와 인수방식이 강구돼야 한다. 또한 구조조정기업의 자산인수 시에도 과다한 가격을 지불하는 도덕적 해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부실기업의 일차적인 책임은 주주,특히 대주주에게 있다. 그러므로 자산인수 시 대상기업에 대한 전략적 고려는 결과적으로 납세자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따라서 가능한 한 대주주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인수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 정부가 GM을 회생시키기 위해 자금지원을 하면서,주주들의 책임을 철저히 묻기 위해 파산을 통한 갱생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귀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