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상영섹션에 韓佛 합작영화 '여행자' 출품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9살에 프랑스로 입양된 여성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영화로 올해 칸 영화제를 찾았다.

이은희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살다가 프랑스에 입양된 그녀는 '여행자'의 우니 르콩트 감독이다.

올해 칸 영화제 특별 상영 섹션에 초청된 한국-프랑스 합작 영화 '여행자'는 1970년대 한 보육원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손에 의해 고아원에 버려진 아홉 살 소녀가 입양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삶에 갈등하고 적응하며 겪는 감정들을 그린 작품이다.

20일(현지시간) 칸의 해변에서 만난 우니 르콩트 감독은 "입양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내 기억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내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닌 픽션"이라며 "특별한 이유로 입양을 다룬 것은 아닌데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에 아이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입양되거나 버려진 아이의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다"며 "그런데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는 장면에서 영화가 시작됐고 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픽션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부모에 의해 '은희'라는 본명에서 이름을 딴 '우니'라는 프랑스 이름을 얻은 그는 현지에서 패션을 전공했으며 입양된 뒤 처음 1991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친부모를 만났다.

9살 때까지 한국에서 살았지만 그는 한국어를 대부분 잊어버렸다.

이 영화의 대본 역시 그의 새로운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집필했고 이날 인터뷰 역시 프랑스어로 진행됐다.

입양이라는 개인적인 아픔을 영화로 택했지만 그가 단순히 입양에 대한 어두운 기억을 영화로 표현한 것은 아니다.

그는 "내 자전적인 부분을 지우기가 어려웠지만 나는 그 기억에 대한 단순한 재조합을 원하지 않았다"며 "입양이라는 매우 특별한 상황에 마주친 한 여자 아이를 통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관객들이 입양의 경험을 가진 감독이 만들었다고 하면 훨씬 더 진실된 이야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에 대한 정보가 없이도 그런 느낌이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프랑스에서 훨씬 더 오랜 시간을 살아온 그는 입양으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도 진작 극복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나라에 대한 개념보다는 내가 어디서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한다"며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자'라는 제목처럼 인간은 긴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는 한국에서 촬영했지만 너무 바쁘게 작업이 계속돼 한국에 대한 감회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며 "하지만 알게 모르게 감정적으로 기억을 찾으려고 애썼다"고 덧붙였다.

'여행자'는 올해 칸 영화제에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이자 2006년 양국 문화부 장관이 서명한 '영화 공동제작 협정' 체결 이후 첫 번째 한불 합작 영화이기도 하다.

태어난 땅인 한국에서 한국인 배우, 스태프와 작업한 그는 "한국에서 촬영하면서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로 인간적인 교감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각별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한국의 나우필름과 프랑스 글로리아필름이 공동 제작하고 디씨지플러스가 제작협력으로 참여했다.

영화 '괴물'의 고아성이 보육원 어린이 중 큰언니 역으로 출연했다.

(칸<프랑스>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