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인가. 명문대에 다니면 평생 잘살까. 삶에도 공식이 있을까.

모두가 궁금해 하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해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장장 72년에 걸친 생애 추적 연구 결과 행복하게 늙는데 필요한 첫째 요소는 고통에 적응하는 '성숙한 자세'라는 답을 내놨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꼽힌 대목은 교육과 안정적 결혼 및 금연 · 금주 · 운동 · 적당한 체중. 1937년,하버드대 2학년생 가운데서 선발된 268명을 대상으로 하버드대 소속 생리학 · 약학 · 인류학 · 심리학 분야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신체적 · 정신적 건강을 체크한 결과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지휘했던 벤 브래들리 워싱턴포스트 부사장도 포함된 대상들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하버드 출신답게 출발은 다들 괜찮았지만 일부는 서른살 무렵부터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삶의 길을 잃었고,쉰살 즈음엔 3분의 1이 한때 비슷한 고통을 겪었다는 보고다.

좋은 학벌만으로 평생 유복한 삶을 누릴 수는 없었다는 얘기다. 누가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 흥미로운 내용도 많다. 50세 때 콜레스테롤 수치는 장수와 무관하고,어린 시절 성격도 길게는 별 상관없고,기억도 모험적인 건 보태지고 불리한 건 축소되는 등 왜곡된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나이들면서 군 복무 경험을 비롯한 옛 영웅담을 괜히 부풀리는 게 아닌 셈이다.

하버드생과 비 하버드생의 삶을 비교한 게 아니라 하버드생의 인생만 다룬 것인 만큼 이 연구 결과를 놓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단정짓긴 어려워 보인다. 그저 인생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만 재삼 확인할 뿐.

그러니 어쩌랴.평범해 보였던 사람들이 가장 안정적 행복을 이루었다는데 주목하면서 남보다 빼어나지 못한 데 연연할 게 아니라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따뜻하고 씩씩하게 살아보는 수밖에.행복한 생활은 놀랄 만큼 선한 생활과 유사하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이런 말도 기억하면서.

'행복해지기 위해선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자면 자기 환경이 남달리 불행할 게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설득시키는 게 필요하다. 조건이 나빠도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자신에게 타이르라.그러다 보면 움츠리지 않고 현실과 대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행복의 조건)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