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빅2'인 삼성과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 간 제휴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현대모비스와 삼성LED가 기술협약을 맺었고,최근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을 위해 실무 접촉을 진행 중이다. 3세 경영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41)와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39)이 자주 만나는 가까운 사이여서 향후 두 그룹 간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IT 협력 전방위 확산

두 그룹이 처음 손을 잡은 것은 2005년 정부 국책 과제를 수행하면서다. 당시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차량 네트워크를 제어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LSI)를 공동 개발했다. 4년여가 흐른 지난달 30일 두 그룹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LED(발광다이오드)를 통해 다시 손을 맞잡았다. 삼성LED가 국산 기술로 자동차용 LED 헤드램프를 개발하고,현대모비스는 이를 모듈화하는 작업을 맡기로 한 것.

LED 협력은 작년 3월부터 1년 넘게 공들인 사업으로 현대모비스가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 · 기아차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삼성의 첨단 IT기술이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삼성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자동차에서 전자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삼성과 공동 보조를 취하면 비싼 로열티를 물지 않아도 된다. 현대모비스는 삼성LED와의 협력으로 경쟁 차량 대비 장착비용을 10~30% 싸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최종 협력할 분야는 자동차용 반도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선우명호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자동 방향조절 램프 등 첨단 전자장비가 많아지면서 요즘 신형 에쿠스 같은 고급 차량에는 ECU(중앙컴퓨터)가 100개쯤 들어간다"며 "컴퓨터 CPU처럼 ECU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핵심 기술인데 현대 · 기아차는 100% 외국산을 쓰고 있고,삼성전자조차 아직 손을 못댄 분야"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자 장비 분야는 삼성에도 기회

삼성은 자동차 전자장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윤종용 고문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던 2007,2008년 외부 전시회에 참석할 때마다 전기자동차,자동항법 자동차 등을 돌아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삼성전자는 올초 신사업팀을 만들면서 자동차 전자장비 분야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은 해볼 만한 사업"이라며 "기존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SDI는 지난해 독일 보쉬와 합작회사(SB리모티브)를 설립,하이브리드카용 전지 개발에 뛰어들었다. 차량 뒷좌석 등에 장착하는 LCD TV도 삼성전자가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최근 현대 · 기아차 고급 차량에 패널 공급을 시도했으나 단가가 맞지 않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 기아자동차에 들어가는 LCD 패널은 일본 도시바와 LG전자 제품이다.

이재용 전무와 정의선 사장 간의 친밀한 관계는 양 그룹 간 협력 확대를 낙관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부친 세대에선 현대와 삼성가(家)가 모두 자동차와 반도체를 하고 싶어해 협력이 어려웠고 때론 갈등이 있었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며 "양대 그룹의 승계자로서 두 사람은 자주 만나 친분을 나누고 있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는 대형 협력 사업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동휘/김현예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