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66) 대표가 11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도쿄(東京)의 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이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거당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대표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자와 대표는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담긴 금년도 추경예산안과 관련 법안에 대한 중의원 심의가 끝나는 대로 사퇴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의원에서 심의하고 있는 추경예산안 등에 대해서는 여당이 이번주 중 중의원 본회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철저한 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중의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주 중 중의원을 통과, 참의원에 회부될 가능성이 크다.

오자와 대표는 금년 3월 자신의 측근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으로 전격 구속되면서 당 안팎에서 대표직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오자와 대표의 사퇴는 오는 9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치러질 예정인 차기 중의원 선거 정국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본 정계의 풍운아'로 불리는 오자와 대표는 2006년 4월 대표에 선출된 뒤 지난해 8월 무투표로 3선에 성공하는 등 3년간 민주당을 이끌어왔다.

47세에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그는 1993년 자민당 분열시 지지자들을 이끌고 탈당, 신생당을 결성해 그해 8월 비(非)자민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을 발족시켰다.

이듬해 새로 결성한 신진당 당수를 지낸 뒤 당을 해체하고 자유당을 창당, 1999년 자민당과의 연정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이후 2003년 9월 민주·자유 양당이 합당해 거대 여당에 맞서 양당제의 틀을 갖춘 현재의 민주당을 출범시켰다.

민주당은 여야 정권교체 목표를 향해 복잡한 당내 분열요인들을 묻어두고 오자와 대표를 중심으로 결속을 유지해왔으나 그의 사퇴로 주류와 비주류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차기 총선 전략에도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새롭고 참신한 집행부를 구성, 결속을 유지하며 자민당과 차별화를 내세울 경우 집권 전망이 한층 높아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입장에서는 오자와 대표의 정치자금 문제 이후 내각 지지율이 오르는 등 반사이익을 누렸으나 당사자인 오자와 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자력으로 국민적 지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지난 연휴기간 숙고 끝에 사퇴를 결단했다고 밝히면서 "일본의 경제, 사회를 근본부터 바꿀 수 있도록 민주당 중심의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고 여야 정권교체의 구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숙원으로, 이를 위해 몸을 던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자와 대표는 그러나 자신의 꿈이 정권교체에 있는 만큼 의원직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차기 선거에 나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뛰겠다고 밝혔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