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이 6일 최근 각종 경제지표의 호전으로 구조조정이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진 위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즈음해 기자간담회를 자청,"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결국 시장의 응징과 책임 추궁이 있을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난달 말까지 끝난 45개 주채무 계열(대기업 그룹)에 대한 재무평가 결과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어야 하는 대기업을 직접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향후 대기업 구조조정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45개 주채무 계열 중 누가 봐도 세월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무리했던 기업들은 계열사를 매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룹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까지 제시하면서 못을 박은 셈이다.

진 위원장의 이 같은 판단은 현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는 "최근 경제지표가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확실히 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경기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종전의 단순한 부채비율 중심의 평가나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다"며 "부채 구조뿐 아니라 현금 흐름,기업들의 자산 · 부채 구성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시장에서 원하고 신뢰받는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들이 단기적인 자본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느슨하게 약정을 체결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에도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진 위원장은 "경제 회복이 이뤄진 이후에 대비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상당히 일리가 있지만,지금은 자금이 실물 부문으로 선순환하도록 하는 정책 대응이 우선 순위가 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다만 중소기업 대출 목표 등 일부 정책은 변화한 경제상황을 감안,수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중기 대출 확대로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어려운 점이 있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이달 중 은행과의 외화지급 보증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절대 액수 목표치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MOU 수정에 착수했으며 은행들이 올해 집행하겠다고 약속한 37조원 규모의 중기 대출 순증 규모를 30조원가량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산업은행 지주회사와 정책금융공사는 각각 9월에 출범할 예정"이라며 "5월에 관련 시행령을 완비하고 6월께 세부적인 절차를 거쳐 9월 설립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은행은 중기 대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민영화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은법 개정에 대해서는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갖겠다는 것인데 지급결제와 관련한 3000개 금융회사에 대해 실지조사권을 갖겠다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심기/김현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