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끄럽고 서글픈 상황이 연출되고야 말았다.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의 심정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할 지경이다. 우리는 왜 청렴(淸廉)하고 폭넓은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나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하는 전직 대통령을 갖지 못하는지,이렇게까지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자괴감만 든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출두를 지켜본 국민이라면 무능한 권력,투명하지 못한 정치집단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역사의 교훈으로 다시한번 인식했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 ' 전직 대통령에게서 이런 사죄를 듣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재임중 정책과 언행의 잘잘못에 대한 평가를 떠나 고향에서 친환경 지역개발운동에 전력하는 퇴임권력자의 소박한 모습을 기대해온 국민들 기대도 천리길 압송에서 깨졌다. 정치적 역정과 청와대 재임때 언사까지 되돌아보며 한낱 특가법상 수뢰혐의 피의자로 전락한 그를 질타하는 것도 부질없는 일일 수 있다.

한없이 유감만 표시하면서 낙후된 정치현실을 개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기엔 지금 우리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당장 경제위기에서 빨리,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벗어나는 것이 절실하다. 세계 일류 국가가 될 때까지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평하고 엄정한 조사에 조금도 미진한 부분을 남기지 않아야 하고,가능한한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미 제기된 수뢰의혹에 대해 있었던 그대로를 밝혀야만 하는 노 전 대통령의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마지막 의무다. 이 같은 진실규명의 노력은 자신에 대한 최종 평가기회도 될 것이다.

범죄성립 여부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사법부가 판단하면 된다. 여야 정치권도 더 이상 이번 수사를 당리당략적으로 해석한다거나 정쟁의 빌미로 삼아선 안된다. 그럴 여력이 있다면 전직 대통령의 검찰소환 조사가 세 번째 반복되는 이 부끄러운 현실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찾고 스스로의 주변부터 한번 더 돌아보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