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와 삼성LED가 1조1500억원 규모(2010년 추정치)의 글로벌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한국형 핵심 칩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내년부터 현대 · 기아차의 고급 차량에 적용하는 게 1차 과제다. 두 회사는 LED 헤드램프를 탑재한 차량이 현재까지 3개 모델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기술 개발을 앞당길수록 시장 선점 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은 30일 삼성LED 수원 본사에서 열린 기술협약식에서 "두 회사는 각각의 기술 정보를 공유하고,자동차 헤드램프용 LED칩을 국산화하기 위한 공동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능은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도 확보해 해외 완성차 업체에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광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LED는 태양빛에 가장 가까워 차량이나 행인에게 빛을 쏘일 때 눈부심이 가장 적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만간 헤드램프의 기존 광원(HID)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수명 역시 기존 광원보다 5배 길고,전력 소요량은 4분의 1 수준이다. 방명극 현대모비스 연구원은 "크기가 아주 작아 헤드 램프의 디자인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작년에 선보인 아우디 'R8'은 상 · 하향등을 LED로 넣을 때 약 400만원의 옵션비를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삼성LED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가격을 기존 제품보다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LED칩을 쓰면 일본,미국 등 해외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세계 자동차용 LED 시장이 9000억원 수준이었으며,내년엔 1조1500억원대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조명의 핵심인 헤드램프 분야는 여전히 초기 단계다. LED 헤드램프를 장착한 차량은 렉서스,아우디,크라이슬러가 각각 내놓은 3개 모델뿐이다. 정 사장은 "수요가 많아져 LED칩의 생산단가가 낮아지면 궁극적으로 LED 헤드램프가 일반 차량에도 장착될 것"이라며 "시장 선점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계열사끼리이긴 하지만 현대 · 기아차그룹과 삼성그룹이 협력 관계의 물꼬를 튼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삼성LED는 신사업팀 내에 자동차 분야를 전담하는 직원을 둘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의 전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삼성과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컨대 자동차 계기판이나 뒷좌석에 들어가는 LCD패널을 삼성전자가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