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는 서류영역에서 학점 3.49,토익 800점,자격증 2개,해외 어학연수 1회 등을 나타냈고 창의성 협동심 적극성이 높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예측한 귀하의 기업군별 취업성공률은 대기업 84%,중견기업 92%,중소기업 113%,외국계기업 86%,공사 · 공단 81%입니다. "

경북 구미 금오공대 산업경영학과 01학번 박모씨(26)는 올초 학교 내 취업정보센터에서 이 같은 정보를 얻었다. 이 학교가 지난해 개발한 취업 예측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결과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이 입력한 학점,외국어 성적,연구 · 봉사활동 실적 등 서류영역 점수와 인성 성실성 리더십 적극성 등 면접영역 점수에 각각 가중치를 부여해 일반적인 대기업 · 중소기업 입사자의 평균 점수와 비교해 준다. 일종의 '스펙 검사 프로그램'이다. 박씨는 "이대로는 대기업 입사가 어렵다는 결과를 듣고 더 분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달 초부터 포스코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400여개 지역기업이 수시채용

금오공대는 정규직 취업률 전국 2위 대학이다. 작년 12월 공개된 대학 정보공시에 따르면 취업률은 82%로 전국 9위였다. 하지만 취업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규직 취업률은 75.5%로 2위로 껑충 올라선다. 1위가 의대 · 약대 출신이 많은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78.8%)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금오공대는 기계 · 전자 · 컴퓨터 · 토목환경 · 산업경영학 등 8개 학부와 대학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길선 금오공대 취업정보센터 팀장은 "대기업 취업률도 27.8%에 달해 어지간한 서울소재 대학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금오공대가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 비결은 뭘까. 오 팀장은 '지방대학 강점을 살린 지역기업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꼽았다. 이 대학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구미 지역 400여개 기업과 '가족기업'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지역 기업들은 결원이 생기면 금오공대를 찾아 학생을 뽑는다. 지난달 18일 정밀 주조업체 KH바텍에 취업한 김준영씨(25 · 기계공학부 02학번)도 학교에 찾아온 이 회사 인사담당자 면접을 거쳤다. 그는 "같은 과 친구들 10명 중 3~4명이 인근지역 업체에 수시채용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금오공대는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 데이터베이스 공유를 위해 설립된 구미산업기술정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구미시가 돈을 내고 금오공대가 운영하는 이 센터에는 구미에 있는 1000개 기업 중 700여곳이 회원이다. 운영 과정에서 자연스레 기업 담당자들과 관계를 맺게 돼 학생들을 소개하는 통로가 된다.

◆휴강 생기면 달려가 취업특강

금오공대는 학생 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휴강이 되면 볼멘소리를 한다. 휴강만 생기면 취업정보센터에서 즉각 달려와 취업 관련 강의를 하기 때문이다. 산업별 동향 소개부터 면접 요령이나 이력서 작성 방법까지 꼼꼼히 조언한다.

지난해엔 취업 예측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자체 개발했다. '현재 대기업 서류전형을 통과하려면 얼마나 스펙이 높아야 하나'를 따지기 위해 잡코리아 · 사람인 · 인크루트 등 취업포털 사이트로부터 수시로 관련 자료를 받아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정순욱 금오공대 정보나노소재공학과 교수는 "작년부터 4학년 학과생 150명 전원에게 의무적으로 취업 예측 시뮬레이션을 받아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자료는 교수들의 취업 · 진로지도에도 쓰인다. 이에 따라 다른 대학과 달리 교수들은 학생 눈높이와 기업의 요구조건에 맞는 '맞춤형 상담'을 할 수 있다.

우형식 금오공대 총장은 "취업률이 높다는 데 만족하지 않고 '취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학생들을 뽑아간 기업들이 만족하고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체크해 학교 운영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미=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