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옛 모습에 가까이 복원돼 화제가 됐던 이 시대 마지막 주막 '삼강주막'(경북 예천)의 주모(酒母)가 최근에 그만 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삼강주막은 지금으로부터 약 110년 전인 1900년 무렵에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 등 세 물길이 만나는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나루터에 세워져 소금과 쌀을 싣고 온 상인과 보부상은 물론 시인, 묵객들의 허기진 배와 마음을 채워주던 곳으로 유명하다.

10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 오던 이 주막은 2대 주인이자 '낙동강 마지막 주모'로 불렸던 유옥연 할머니가 지난 2005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거의 발길이 끊겼다가 작년 1월 어렵사리 복원되면서 옛 것을 기리려는 길손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이 주막은 관광 성수기에 평일 하루 60~70명, 주말에는 하루 300~4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고 최근에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이 곳에서 4.29 재보선 불출마를 결심했다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 1월 이 주막의 제3대 주모로 뽑힌 사람은 이 마을에 사는 권모(71) 할머니.
주막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손님을 치렀던 권 할머니는 그러나 주모 생활 1년여가 지난 지금 주막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있다.

두어 달 전부터 마을 부녀회가 주막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부녀회측이 내세우는 이유는 '권 할머니가 몸이 편찮기 때문'.

그러나 권 할머니의 설명은 딴판이다.

권 할머니는 "2년 동안 주막을 맡기로 마을 대표와 약속했는데 1년도 안 돼 그만 두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라며 "별 수 없이 지난 설 이후부터 주막에 나가지 않고 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권 할머니는 이어 "언제부턴가 주모가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결국 이런 일을 겪게 된 것 같다"라며 "농사일 제쳐놓고 나름대로 열심히 주막 일을 해 왔는데 정말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을 관계자는 "삼강주막은 예천군의 위탁을 받아 마을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최근들어 개인보다는 마을 전체가 주막을 꾸려나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군청의 의견을 받아들여 마을 부녀회가 운영을 맡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주막 운영은 삼강마을에 위탁한 만큼 마을사람들이 알아서 해 왔다"라며 "권 할머니와 관련해서는 손님이 많이 몰리면서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등 민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천군청 홈페이지에는 삼강주막과 관련해 작년 가을에 '음식맛이 유원지 수준이다'라는 정도의 의견이 1건 올라온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내용이 없어 군청 관계자의 설명에 다소간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모가 사라진 삼강주막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예천에 사는 한 60대 주민은 "주막에 갔더니 할머니 주모가 그만 뒀다고 해서 마음이 착잡했다"라며 "주막에서 술과 밥을 내오는 주모는 장사꾼만이 아니라 잃어버린 옛 것을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의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는 푸근한 아랫목같은 존재인데 못 보게 돼 안타깝다"라고 아쉬워했다.

안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43)씨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삼강주막에서 뺑덕어미같은 주모가 버티고 서서 손님을 맞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예천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