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의 `600만 달러 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에 바짝 다가서면서 검찰이 그를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과 달리 검찰은 박 회장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100만 달러와 연철호 씨가 세운 회사에 보낸 500만 달러를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았고, 대법원 판례상 대통령에 대해서는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에 비춰보면 노 전 대통령은 6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셈이 되는 것이다.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은 물론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100만 달러 외에도 500만 달러 역시 아들 건호 씨가 사실상 운영ㆍ관리했다는 정황을 다수 확보했으며 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상식의 선에서 부인과 아들의 돈거래를 몰랐겠느냐'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아직 "소환조사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하고 있음에도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공무원이 받은 뇌물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수천만원만 수수해도 구속영장 청구 대상으로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혐의를 두고 있는 액수를 감안할 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는 점을 참작해도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오히려 법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또다시 드러난 전직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한 국민적 실망, 고위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뇌물'에 대한 국민 정서도 영장 청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그러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제기된다.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에 대해 실제 알고 있었다고 `의심의 여지 없이' 믿을 만한 구체적 증거 역시 확보되지 않았고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와의 무관함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상문 전 비서관에 대해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것도 `소명 부족'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검찰은 원칙에 따라 영장을 청구하면 되고, 발부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면 된다'고 일반론을 내세우는 목소리도 검찰 내부에서는 나오고 있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을 때 검찰이 떠안아야 할 정치적 역풍이 너무 크다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한 뒤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것이 전직 대통령에게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쌓는 동시에 검찰과 노 전 대통령 모두에게 돌아올 타격을 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역대 대통령으로는 수천억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