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제약업체들이 ‘탤크(Talc;활석)’를 확보하는데 비상이 걸렸다.인체유해 석면함유 사실이 드러난 중국산 탤크 사용이 전격 금지된 데 이어 석면이 없는 일본산 탤크마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마련한 새 중금속 함유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14일 일본산 탤크 독점 수입업체인 태왕물산과 식약청 등에 따르면 이 회사가 수입한 일본산 ‘닛폰탈크’ 24t이 최근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분석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석면은 함유돼 있지 않아 안전하지만 중금속인 철분 함량이 0.29%로 나타나 최근 새로 마련된 식약청의 탤크 철분기준 0.25%를 초과한 것.앞서 식약청은 ‘석면 탤크’ 파동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탤크 기준을 개정,중금속인 철분을 기존 검출시약을 사용하는 유무 판단에서 정량방식으로 바꿨다.업계에선 오차범위가 큰 육안판단보다 정확한 양을 기준으로 하는 새 기준이 사실상 더 까다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산 탤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에 따라 일본산을 사용하려던 제약업체들이 다른 수입선 확보에 긴급히 나서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국내 제약업체들의 탤크 소비량 중 일본산 비중은 약 20~30%대로 적지않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중견 제약업체인 A사 관계자는 “가격이 kg당 1500~2000원으로 중국산(780원)보다 3배가 비쌌지만 안전하다는 판단으로 구입을 하려했다가 철분함유 문제가 또 불거져 계약을 포기했다”며 “현재 회사에 탤크 재고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만큼 미국이나 유럽 등의 새 공급선을 찾아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탤크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수백곳 이상인 것으로 제약업계는 파악하고 있다.따라서 식약청 기준에 맞는 탤크 자체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상황이다.또 대다수의 제약업체들은 탤크 사용량이 전체 원료 사용량의 1~2%에 불과한 만큼 남아 있는 정상 탤크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새 공급선 발굴과 품질기준 검증 등 원료선을 바꾸는 데 따르는 시간이 적지 않아 재고가 남아있지 않은 업체의 경우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B제약업체 관계자는 “가격은 둘째 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 원료를 수배해 확보한뒤 식약청 검사를 받고 등록하는데 최소 2주에서 한달 가량이 걸리게 된다”며 “이기간까지 식약청이 새 기준 적용을 유예해주는 않는 한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때문에 식약청이 석면탤크 파동을 서둘러 수습하려다 대체 탤크의 수급 현실도 고려하지 않은 채 새기준을 성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태왕물산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입한 일본산 탤크는 검사에서 한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인체유해성이 거의 없는 철분기준이 강화되면서 수입한 물량을 못쓰게 됐다”고 지적했다.

탤크 수입업체들은 새로운 기준에 맞춰 탤크원료를 수입하기 위해 원료 생산업체와 긴급협의에 들어가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5월은 돼야 철분농도 기준을 충족한 새 원료를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며 “식약청 때문에 업체들이 이중삼중으로 혼란과 피해를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관우/정종호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