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은 이미 지난 1~2월에 한차례 유동성 장세를 지나 지금은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내림세를 보이던 국고채 금리는 최근 3.6~3.7%에서 횡보하고 있고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수익률 격차)도 더 이상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조금씩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중자금은 채권시장에 가장 먼저 흘러들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갈 곳이 없어진 유동성이 국고채에 이어 공사채와 은행채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신용이 탄탄한 채권들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곧이어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난해 말 5%에 육박했던 'AA-'급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은 이달 들어 2%대까지 내려왔다. 이는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리가 하락하고 수요가 살아나자 발행 물량도 급증했다. 지난 1월 5조원이었던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달 8조1540억원으로 불어난데 이어 이달에도 6조원을 넘어섰다.

매수세가 일시에 몰리면서 신용등급 'A0' 이상의 우량 회사채는 구하기도 힘들 지경인 데다 최근엔 대기업들이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당분간 정체된 모습을 보이겠지만 2분기 이후 또 한차례 유동성 장세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상훈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국고채와 단기채권,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회사채 금리는 크게 내렸지만 비우량 회사채 금리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 비우량 채권에 대한 매수세도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신용 스프레드의 하향 추세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A0'급 회사채의 경우 다음 달 내 리먼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용이슈가 추가로 완화되면 'BBB'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도 추세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공 연구원은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낮아지면 만기가 5~10년으로 긴 장기 국채가 먼저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기업들의 실제 신용등급보다 위험도를 높게 평가하는 시장의 분위기도 점차 누그러들면서 비우량 채권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만기보유를 목적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익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셈이다.

따라서 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에 신용등급과 기업들의 재무상태를 꼼꼼히 따져보고 미리 마음에 드는 채권을 매입해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