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식당 주인 등 구체적 증언 설득력
박연차 측 만나 증거인멸 시도 드러나

법원이 26일 박연차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광재 의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 주장의 신빙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판사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우선 이 의원이 받는 혐의는 2억여원에 가까운 불법 정치자금 수수.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박 회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달러와 원화 등 2억원에 가까운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도 3차례에 걸쳐 3만달러를 수수한 혐의가 그것이다.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의원이 강력하게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그가 실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처럼 부인하는 점이 오히려 증거 인멸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미국 뉴욕의 한인식당 주인 K씨를 통해 이 의원에게 2만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한 반면 이 의원은 식당에 간 적조차 없으며 K씨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의원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봤다.

직접 돈을 전달한 K씨가 이 의원의 신체적 특징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박 회장이 베트남에서 이 의원에게 5만달러를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한사코 아니라고 했지만 정작 보좌관이 이를 직접 들고 귀국하다 공항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 의원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의 전ㆍ현직 보좌관 3명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박 회장 측 인사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며 접촉하려다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것을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려는 결정적 시도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달 초 한 보좌관이 박 회장 최측근 인사와 공중전화 및 타인 휴대전화로 통화해 한강공원 둔치에서 만난 뒤 베트남에서 이 의원에게 5만달러 준 것을 다른 보좌관에게 2만달러를 준 것으로 진술을 번복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실제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 의원의 변호인을 박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해 수사정보를 빼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판사 앞에서 처음으로 `의원직 사퇴'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며 본인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결국 이런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