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정부 구제자금으로 연명하면서도 거액의 상여금을 지급한 보험사 AIG에 대해 한 미국 상원의원이 "(AIG의) 경영진은 물러나거나 자살해야"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미국 정치전문 온라인매체 폴리티코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찰스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아이오와주 지역 라디오방송 WMT를 통해 "그들(AIG 경영진)이 일본식으로 미국인들 앞에 나서서 허리를 깊이 숙이고 사죄한다면 내 마음이 좀 편해질 것이고 그 다음에는 물러나거나 자살하거나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택하면 좋을 것"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런 언급에 대한 폴리티코의 질의에 대해 그래슬리 의원실의 질 거버 대변인은 "부끄러움과 책임감 수용에 대한 문화가 없다는 의미의 말을 수사적으로 한 것"이라며 그래슬리 의원에게 "정말로 AIG 경영진들이 자살하길 원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AIG는 지금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총 1천800억달러(약 256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근근이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데, 최근 주로 파생상품 거래 담당자들로 구성된 간부들에게 1억6천500만달러를 상여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미국인들의 거센 분노를 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AIG의 상여금 지급 방침에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흥분했다.

여러 미국 의원들도 AIG의 상여금 지급에 대한 비난의 대열에 동참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고 이번주를 어떻게 연명할지 고심하느라 잠을 못이루는 상황에서 그들의 상여금은 터무니없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비판했고,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도 "섬뜩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필 헤어(민주,일리노이) 하원의원은 "분명히, AIG의 'G'자는 '탐욕(greed)'을 뜻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