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와 호텔신라가 음식료 사업을 포함한 외식사업을 상호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초 전자를 중심으로 계열사간 유사 · 중복 사업을 통합하거나 정리해온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5일 "삼성에버랜드와 호텔신라의 외식사업을 통합할 경우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양사의 사업 현황과 전망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통합을 비롯한 여러가지 사업방식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외식사업 강화에 나선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가 상대방의 사업을 흡수하는 방식과 두 회사의 외식사업을 통합해 별도의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 등 다양한 각도에서 사업통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삼성경제연구소,삼성생명,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의 전략기획 담당자들을 불러모아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실사팀을 구성했다.


◆외식사업 통합 위한 실사 착수

외식사업 통합안은 호텔신라가 2004년 '아티제' 브랜드로 외부 제과사업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삼성 내부에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호텔신라는 8748억원의 매출에 5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가운데 외식사업(F&B사업부)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한 상태다. 전체 매출의 74%는 면세품 등 유통사업에서 발생하며 22.8%를 호텔 · 레저사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로 호텔신라의 F&B사업은 흑자를 낸 면세품과 호텔업 사업과 대조적으로 지난해 3분기 189억원 매출에 1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반면 1982년 삼성그룹 연수원 급식사업을 모태로 확장돼 온 에버랜드의 외식사업은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39%인 5700억원을 올리면서 푸드 전문서비스 브랜드인 '웰스토리'를 보유할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양사의 중복 사업을 통합해 경쟁력이 강한 쪽으로 핵심 역량을 집중할 경우 시너지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계열사간 사업통합 가속

삼성에버랜드와 호텔신라간 외식사업 통합 검토로 삼성 계열사간 사업통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은 2007년 LCD(액정디스플레이)용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와 브라운관 TV용 유리사업을 맡았던 삼성코닝의 합병을 시작으로 계열사간 중복사업 정리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각각 추진해 오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사업을 합쳐 신설법인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설립하기도 했다. 올초에는 '빛의 반도체'로 불리는 삼성전기의 LED(발광다이오드)사업을 분할해 삼성전기와 삼성전자의 합작법인인 '삼성LED'로 새롭게 재편하기도 했다. 삼성은 올초 25명의 사장단 인사에서도 삼성SDS의 김인 사장을 동일한 IT(정보기술)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네트웍스 사장에 겸직 발령을 내 중 · 장기적으로 두 회사가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간 외식사업 통합 추진으로 호텔신라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 전무(39)의 역할에 대해서도 재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8.37%를 보유하고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