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회복' 반복과 점층법으로 강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취임 후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첫 연설에서 취임식 때보다 훨씬 더 자신감과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경제위기로 위축된 미국민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듯했다.

흰색 와이셔츠에 붉은색 바탕의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맨 오바마 대통령이 의사당에 들어서자 상.하 양원 의원들과 미셸 오바마 여사 등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경의를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원들의 악수세례를 받으며 상원 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함께 자리한 단상 아래의 연단에 다가섰다.

박수와 환호성은 연설을 하려는 순간에도 끊이지 않고 계속돼 오바마 대통령이 "플리즈(그만요)"를 외쳐야 할 정도였다.

특히 펠로시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들어서자 누구보다 기쁜 표정으로 민주당 대통령의 첫 의회연설을 열렬히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52분여 간 연설하는 동안 60차례 이상 우렁찬 박수와 함께 환호가 계속 터져 나왔다.

연설 내용은 경제위기와 도전 그리고 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 만큼 연설문에 `경제(economy)'와 `회복(recovery)'이 각각 22번과 12번 등장했고 `위기(crisis)'라는 표현도 11번 나왔다.

또 `도전(challenge)'과 `확신(confidence)'이라는 단어도 각각 7번씩 등장했다.

반복과 점층법을 통해 자신의 핵심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고 청중을 자연스럽게 끌어 들이려는 오바마 특유의 수사가 재차 사용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 우리는 어렵고도 불확실한 시간을 살고 있지만, 미국을 다시 건설하고 (경제의) 회복을 이뤄냄으로써 전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재건과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을 강조할 때 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결의에 차 보였다.

그러면서 "이번 위기의 무게가 미국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문제에 대한 해답은 능력밖에 있지 않다"고 말해 해결하지 못할 위기나 도전이 없음을 그는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날 의사당 연설이 미 전역에서 생중계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를 이 자리에 보내준 국민에게 솔직하고 직접 이야기하기 위해 오늘 밤 여기에 왔다"면서 국민과 직접적인 소통을 강조하고 또 국민적 통합과 헌신을 촉구했다.

이날 연설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테러'와 관련된 표현이 거의 자취를 감춰 대조를 보였다.

`테러리즘',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는 각각 한 차례와 두 차례 등장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와 전쟁을 명분으로 제한적이지만 사용했던 고문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혀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다시 한 번 선언했다.

그는 "우리의 가치를 살리는 것이 우리를 약하게 만들지 않고 안전하고 더 강하게 만든다"면서 "그것이 내가 오늘 밤 이 자리에서 예외 없이 분명하게 미국은 고문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해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에 맞선 엄중한 현실을 강조하며 불굴의 의지를 가져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무엇보다 두려움 없이 우리 시대의 도전에 맞서고 물러서지 않은 미국인 정신을 살려내면 우리 아이들은 몇 년 뒤에 그들의 자식들에게 우리가 한 일을 뭔가 소중하게 기억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의사당에는 지난 대선의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나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지켜봤으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붉은색 정장 차림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매케인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을 비용의 증가 때문에 더 기다릴 수 없다며 개혁을 연내에 추진해야 한다고 일정을 제시한 것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 "그러한 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