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준비 등 북한이 군사적 도발 강도를 높이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돼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일 이후 닷새동안 원달러 환율은 46.5원이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17일에도 엿새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장중 1450원까지 치솟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닷새째 순매도를 기록하며 외국자본 이탈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시장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북한 군사적 위협으로 원달러 환율 급등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오전 11시 11분 현재 전날보다 17.5원이 상승한 1445원을 기록하고 있다.

역외환율 상승 소식에 개장과 동시 3.5원이 오른 1431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이후 역내외 매수주문이 쏟아지면서 1440원을 돌파한데 이어 한때 장중 1450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1450원대까지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5일 1475.5원 이후 약 11주만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일제히 북한 미사일 발사 임박 소식이 원달러 환율 급등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전문가는 "대외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최근 유럽국가들로 위기가 확산되는 조짐 속에 국제금융시장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환율 급등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운 것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불안을 감지한 역외 매수 세력은 연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민감한 투자심리가 고스란히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10일이후 주식시장에서 658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미사일 실험은 환율 급등 요인?

지난 1998년 8월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가 미사일인지, 로켓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분분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포동 1호 미사일로 보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대포동 1호 미사일 개발을 계기로 북한이 사정거리 2000~6700km에 달하는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에 관한한 독자적인 능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반도 전체는 물론 일본까지도 미사일 사정권에 넣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한껏 높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맞아 IMF 구제금융을 받아 원달러 환율이 차츰 안정돼 가던시기였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군사적 위협으로 1998년 8월3일 1240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한 달만인 9월2일 1348원까지 108원이 급등했다.

또 북한이 2006년 7월 5일 실질적인 첫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2호를 시험발사했을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은 945원(7월4일)에서 한 달동안 966.5원(8월3일)까지 21.5원이 치솟았다. 당시 달러 수급이 비교적 원활했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할 때 지정학적 리스크가 환율 급등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형 이지스함 진수식 당일인 지난 2007년 5월 25일에도 북한이 이동식 신형 단거리 지대지 유도탄(KN-02)을 시험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면서 한달사이 환율을 20원가량 끌어올린 바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으로 당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사례는 없다"면서 "미사일 발사 전후로 언론과 외신 등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