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쏟아지면서 신규 주택 분양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취 · 등록세 감면,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에 이어 봄철 분양 성수기도 도래하면서 건설업체들이 다시금 분양에 의욕을 내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들도 거시경제 변수와 분양가의 적정성 등을 따지고 있는 만큼 분양시장 활성화로 연결되려면 건설업체들의 합리적 분양가 책정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6월까지 상반기 안에 수도권에서는 총 6만4686가구가 공급되고 이 중 4만4677가구가 일반분양(조합원이 아닌 일반인 분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대대적인 세금 경감 조치로 침체일로였던 수도권 분양시장에 봄볕이 들고 있다"며 "예정된 4만4000여가구는 물론 하반기로 미뤘던 사업을 앞당기는 단지들이 늘어나면 분양가구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분양가 등을 이유로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미분양 주택에 이미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에서 신규분양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경기 평택 용이지구에서 미분양 아파트 분양을 대행 중인 우영D&C 조우형 대표는 "주말 방문객이 3~4팀 정도 되는데 지난 주말에는 15개팀이 다녀갔다"며 "서울에서 다소 먼 평택까지 서울 분당 일산 등지 투자자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 분양시장에 온기가 완연할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고 전했다.


인천 청라지구와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가파른 집값 하락으로 공공택지인 이들 지역 분양가도 싸지 않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중대형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은 분양시기를 상당수 올하반기로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12일 발표한 세제지원책에서 올해 안에 이들 지역(3월에는 모두 비과밀억제권역) 주택을 사면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 준다고 밝히자 현장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16일 업체마다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분양시기를 다시 상반기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청라지구에서 아파트를 공급할 반도건설 관계자는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청라 웰카운티 순위 내 청약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상반기 내 분양을 긍정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시행사들도 한줄기 희망의 빛을 찾았다는 반응이다. 김포한강신도시 AC3블록에서 430가구를 공급할 M건설사(시행사) 관계자는 "시공사 한 곳으로부터 2차 수주심의를 받을 예정인데 세제지원책이 마침 나와서 심의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 분양 성공의 관건은 분양가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김포한강신도시 내 미분양 아파트를 판매 중인 우남건설의 경우 3.3㎡당 1086만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토지공사가 땅을 비싸게 공급했다고는 해도 중대형 아파트를 1000만원대 초반 이하로 맞추려는 건설사의 노력이 없으면 분양 성공을 장담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