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시장에 저성능 · 저사양 · 저가격의 '다운 그레이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사양이 높은 신제품 대신 필요한 기능만 갖춘 싼 제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TV와 PC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LCD TV는 작은 것으로

지난달 하이마트에서 팔린 TV 가운데 50인치 이상 대형 제품의 비중이 전달보다 20%가량 떨어졌다. 50인치를 찾던 소비자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40인치대로 이동했다는 얘기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무조건 풀HD(초고화질)에 헤르츠(㎐ · 1초당 화면수)가 높은 제품을 찾던 손님들이 요즘은 가격표부터 본다"며 "LCD TV의 경우 주력 판매대 가격이 2~3개월 새 180만~200만원대에서 120만~140만원대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신제품 가격이 더 저렴

같은 크기면 디자인이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싼 쪽이 잘 나간다. 지난해 출시된 LG전자의 풀HD LCD TV인 '42LG50FD'와 '42LG60FD' 모델이 대표적인 사례.60모델이 50모델보다 디자인이 미려해 15만원 정도 비싸다. LG전자 관계자는 "출시 초기엔 60모델이 잘 팔렸지만 갈수록 50모델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더니 올 들어선 소비자들이 50모델만 찾는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런 구매 트렌드를 반영,지난 12일 부가기능 대부분을 빼고 반응속도를 120㎐에서 60㎐로 낮춘 실속형 LCD TV(LH30FD)를 내놓았다. 42인치를 기준으로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을 50만~60만원 정도 내린 것이다.

◆유명 브랜드 PC는 '뒷전'

데스크톱 PC도 비슷한 상황이다. 모니터를 포함해 100만원 안팎의 저가 제품들이 전자매장 PC코너를 점령하고 있다. 하이마트 대치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본체만 120만원대 이상인 제품이 잘 팔렸다"며 "평균 구매단가가 30만~40만원가량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격이 평균 10만원 정도 비싼 유명 브랜드 PC를 찾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송형석/강유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