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적자 점포 30개를 통폐합하고 본부 인력이 전체의 20%를 넘지 않도록 억제하는 등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목표이행약정(MOU)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작년 하반기 이후 금융환경이 크게 변한 만큼 목표에 미달했다고 해서 제재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수정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또 "개별 기업 구조조정은 주채권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더라도 산업별 과잉 투자에 대한 구조조정은 정부 주도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금 조달과 자금 운용의 균형을 맞춰가며 투자은행(IB) 업무와 신용카드 해외사업 등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며 "올 한 해는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올해 30여개 적자 점포를 통폐합하고 20여개를 신설해 연말에 점포 수가 10여개 줄어들게 하겠다고 제시했다. 또 전국 7000여곳의 자동입출금기(ATM) 중 적자를 보고 있는 300여 곳을 이미 철수시킨 데 이어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지점 1곳과 환전소 5곳도 적자가 심해 조만간 철수하기로 공항 측과 협의를 끝냈다. 이와 함께 영업과 관련이 적은 본부 인력이 전체 인원의 20%를 넘지 않도록 하는 20%룰도 새로 만들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이 건실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2차 건설사 조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올해 충당금 부담이 작년보다 커지더라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손실이 없어 당기순이익은 작년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은행이 최근 외화 후순위채에 대해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외화유동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조기상환이 관행이지만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은 게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며 "5년 더 연장하면 리보금리에 가산금리를 3.45%포인트만 주면 되지만 이를 상환하고 지금을 새로 조달하려면 가산금리를 10%포인트나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자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금리를 올려주는 쪽으로 협상하고 있어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의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대출을 올해 6조원 늘리고 기업 구조조정에도 앞장서는 등 정부 방침에 적극 호응하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예금보험공사와 체결하는 MOU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은행은 작년 중기대출을 6조6000억원 증액한 데 이어 올해는 6조1000억원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우리은행은 기업 금융 비중이 높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상당한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며 "다른 은행들이 미적거리는 분야도 꼭 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으면 우리은행이 신속하게 앞장서 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예보와의 MOU에 대해서는 "작년 하반기 금융영업 환경이 2년 전에 비해 크게 변한 상황에서 2분기 연속 MOU 목표에 미달했다고 해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앞으로 2년간 적용할 MOU의 경우 점검 주기를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하면 단기 실적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