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평소와 다름 없이 정상적으로 가스를 공급받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일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릭 슈발리에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유럽 고객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 약속을 지금까지는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에너지기업 Eon 그룹의 헬무트 롤로프 대변인도 이날 러시아 국영 `베스티 24' TV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가스가 정상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다.

"라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과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가스 공급량을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우크라이나로부터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는 헝가리, 폴란드, 불가리아, 터키도 이날 가스 공급이 정상 수준임을 확인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11~12월분 가스 채무(약 20억 달러)를 이행하지 않는데다 자신들이 제안한 올해 가스 가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1일 오전 10시를 기해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가 가스 공급 중단에도 불구,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오히려 가스 가격을 종전에 제안한 1천㎥당 250달러에서 유럽 시장 공급가인 418달러로 올리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201달러를 내는 대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가스 수송관 이용료를 현재의 1천㎥ 당(100㎞ 운송 기준) 1달러 70센트에서 2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다시 가스 수송관 이용료를 1달러 80센트씩 낸다면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가스 235달러의 요금을 내겠다고 했으나 가즈프롬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이후 매년 반복되는 양국 간 가스 분쟁은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전체 가스 수요량의 4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80%는 우크라이나의 가스 수송관을 통과해 공급되기 때문에 양측의 분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EU 순회 의장국인 체코와 EU 집행위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공급과 수송에 대한 모든 약속이 존중돼야 한다"면서 양국 간 가스 분쟁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와 우크라이나가 당분간 사용할 가스를 비축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서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의 가스 협상이 동방 정교회의 성탄절인 7일 이전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 일부를 몰래 뽑아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