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지목된 건설사와 조선사들에 대해 은행들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퇴출 수순을 밟는 절차에 돌입했다.

은행연합회가 31일 발표한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운용지침은 각 시중은행이 주거래 계열기업의 재무상황을 고려해 작성된 만큼 사실상 살생부와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B등급이 업종별 평균이 되도록 기준이 마련된 점을 감안할 경우 검증대상 기업의 30~40%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공식적으로 사전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은행별로 주거래 기업의 등급분류를 마쳤다는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평가대상은 주채권은행의 신용공여액이 50억원 이상인 종합건설사와 조선사로 경영상 애로가 있거나 주채권은행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다. 구체적으로 대출금이 연체됐거나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기업부터 분류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건설업종의 경우 재무위험도와 영업위험도에 대한 배점이 각 40점으로 가장 높다. 이 중에서도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평균분양률,사업장 위험도의 가중치가 가장 높다. 경영진의 평판이나 소유 및 지배구조도 평가항목에 들어 있지만 10점 안팎으로 낮은 편이어서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종의 경우 선박건조경험,선수금환급보증(RG)발급률과 함께 도크 등 핵심 건조설비를 갖췄는지가 핵심 평가지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재무위험도와 함께 미래사업의 안정성을 중점적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평가지침이 대형사에 유리하게 구성됐다며 중소형사의 집단 반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건설업종의 경우 도급순위,기업존속기간,수주잔고,현금보유비중 등의 평가 항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조선업종도 산업 내 지위와 선박건조경험 등 덩치가 크고 오래된 기업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가중치는 낮지만 경영진의 평판이나 소유 및 지배구조 등 비계량적 지표들도 대형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