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008년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극한 대치를 계속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 노력도 허사였다. 대화와 타협 없이 강대강의 대결로 치닫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급기야는 김 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가운데 본회의장을 점거 중인 민주당 의원들이 등산용 자일까지 동원해 인간띠를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야당과의 타협이 어렵다고 보고 당초 제시한 '85개 중점 법안 일괄 처리'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희태 대표는 "여야 합의가 다 돼 있는 민생법안만 처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85개 중점 법안을 모두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과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은 물론 당초 뒤로 미루기로 했던 집시법 개정안 등 13개 사회개혁 법안까지 처리하겠다는 의미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국회법 절차에 따라 결단을 내리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두 하나가 돼 움직일 것"이라며 "의장의 좋은 결단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김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본회의장에서 인간띠로 결전에 대비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는 그야말로 국회의 권능을 부정하는 폭거이기에 막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정치권의 이런 구태에 대해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아이들이 볼까 두렵다"고 말했다.

강동균/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