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사퇴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에 흑인인 롤랜드 버리스(71) 전 일리노이주 법무장관이 지명됐다.

'매관' 혐의로 형사 기소된 라드 블라고야비치 일리노이 주지사는 30일(현지 시간)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사퇴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에 흑인이며 일리노이주 법무장관을 지낸 롤랜드 버리스(71)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주지사로서 나는 연방 상원의원 후임자를 지명할 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일리노이 주민들은 두명의 연방 상원의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리노이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연방 상원의원 후임자를 채워넣지 않는 것은 일리노이 주민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면서 "그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성실하며 대단히 많은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버리스는 이날 주지사의 상원의원 지명을 수락,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일리노이 주민을 대표할 연방 상원의원이 빠진 채 상원 임기가 시작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버리스는 이날 기자들로부터 현재 형사 기소된 주지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에 대한 코멘트는 거부했다.

변호사 출신인 버리스는 지난 1978년 흑인으로서는 처음 주감사관에 선출돼 세번 연임했으며 일리노이주의 법무장관까지 지냈다.

그는 1984년 일리노이주의 연방 상원의원직에 도전했으나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폴 사이먼 전 의원에게 패했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1994년과 1998년, 2002년 등 세차례 연속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으며 특히 2002년에는 블라고예비치에게 패했다.

일리노이주 선거 자금 기록에 따르면 버리스는 그동안 블라고예비치측에 자신과 컨설팅회사, 로펌을 통해 2만달러 이상의 선거 자금을 기부했으며 그의 컨설팅 회사는 수년전 일리노이주 교통국과의 계약으로 29만달러를 받았었다.

이미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에게 오바마 당선인 후임자 지명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버리스 지명 기자회견 전 성명을 통해 "비리 혐의로 형사 기소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에 의해 지명된 인물은 그 누구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고 제시 화이트 일리노이주 총무처장관 역시 주지사의 후임 지명 보증서류에 서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흑인인 바비 러시 일리노이주 연방 하원의원은 이날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기자회견에서 "주지사의 결정은 옳은 것이며 연방 상원은 버리스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연방 상원에는 오바마 당선인의 후임자로 흑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카고 지역 언론사들의 웹사이트에는 주지사의 버리스 지명 소식이 알려진 이후 "정신 나간 주지사의 발악",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 "버리스는 자신의 정치 욕심을 위해 피부색을 이용한 것은 물론 비리 주지사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셈" 등 시카고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비난이 빗발쳤다.

(시카고연합뉴스) 이경원 통신원 kwchri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