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가 준공돼 입주를 시작하면 일반적으로 주변지역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이 모두 약세를 보인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지면서 집주인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집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이라면 새로 집들이를 하는 아파트를 적극적으로 노려볼 만하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른바 '매수자 우위'시장이 상당 기간 계속되는 만큼 싼 값에 내집을 마련하거나 전셋집을 구할 가능성이 어느 곳보다 크다.

실제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송파구와 서초구에서 집값이 급락하고 '역전세난(전세값이 떨어지면서 예전가격으로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은 잠실주공 반포주공 등에서 수천가구의 대규모 입주가 진행된 영향이 컸다. 이런 점에서 2009년에도 대단지 아파트 입주물량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새해 입주물량은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소띠해인 2009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의 80% 수준인 약 22만가구로 집계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2009년도 신규 아파트 입주는 457개 단지 22만2539가구다. 특히 서울 물량이 크게 줄었다. 내년에는 2만3347가구가 입주에 들어간다. 올해 4만9678가구의 반토막이다.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2006년 참여정부의 아파트 재건축 규제로 인해 사업진행이 어려워져 완공되는 아파트도 덩달아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경기도는 10% 정도 늘었다. 모두 7만6351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인천은 올해(1만2613가구)와 비슷한 수준인 1만2330가구가 입주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서초구 반포래미안 퍼스티지가 관심이다. 반포래미안은 반포주공2단지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재건축한 아파트로 내년 6월쯤 입주에 나설 예정이다. 가구 수가 2444가구에 이르는 매머드급 단지다. 강남권의 경우 올해 하반기 송파구 잠실주공1.2단지 잠실시영을 비롯 서초구 반포주공3단지,강남구 AID차관아파트 등을 통해 재건축 입주 아파트가 2만가구 이상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반포래미안 외에는 딱히 눈에 띄는 입주단지가 없다. 강남권은 2006년 1만3919가구,2007년 9163가구,2008년 2만6170가구의 입주물량을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4506가구에 그칠 예정이다. 강동구에서는 오는 6월 고덕동 아이파크(1142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강남권 아파트 입주실적이 예년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량 부족에 따른 수급 불안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을 대체할 만한 지역으로 꼽히는 판교신도시가 내년에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대방 노블랜드(A3-2블록),LIG건영(A1-1블록),이지더원(A16-1블록),모아미래도(A11-2블록),대광로제비앙(A4-1블록),한성 필하우스(A2-1블록)의 집들이 계획이 잡혀 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12개 단지 6205가구가 입주를 한다. 전문가들은 판교신도시에서 입주가 시작되면 강남권의 입주물량 감소가 상당 부분 상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한강이북에서는 은평뉴타운 2지구(1212가구,2월 입주)와 성북구 종암동 래미안종암2차(1161가구,10월)가 대단지 신규 입주 아파트다. 오는 10월에 입주하는 구로구 온수동 힐스테이트(999가구)도 규모가 큰 편이다.

수도권에서는 용인시와 수원시 등 수도권 남부지역에 입주 물량이 몰려 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도 제법 많다. 수도권 남부의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 우려까지 높아지는 상황이다. 용인 수원 광명 의왕 등에서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광명시 철산동에서는 2단지(1264가구)와 3단지(2070가구)가 재건축 공사를 마치고 12월에 집들이를 한다. 수원시에서는 화성동 벽산블루밍푸른숲이 4월쯤 1835가구의 입주에 들어간다. 집값 하락폭이 컸던 용인시에서도 입주가 진행된다. 공세동 피오레(1290가구,3월)와 하갈동 신안인스빌(1002가구) 등은 1000가구 이상 대단지다. 의왕시 포일자이(2540가구)도 10월 입주를 진행한다.

인천은 높은 인기 속에 청약이 끝난 소래논현지구 한화꿈에그린월드에코메트로(2920가구)를 포함해 송도신도시 영종하늘도시에서 대단지의 입주가 이뤄진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입주물량이 작년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매수자 우위시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