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해제 유보로 호가공백 더 커져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조치가 보류되면서 지난주 반짝했던 이들 지역 주택에 대한 매수문의가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 3구 규제 완화는 '시간문제'라는 인식에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속락으로 급매물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호가공백이 커지고 거래는 다시 자취를 감추고 있다.

23일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안이 흘러나오면서 매도호가가 5000만원씩 올랐지만 지난 22일 해제 보류 발표로 매수자들이 완전 발길을 끊고 거래 또한 올스톱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대치공인의 김정원 중개사는 "은마아파트 112㎡(34평)형을 9억5000만원에 사려던 매수자가 22일 대책 발표로 계약을 막판에 포기했고 더 이상 매물을 찾는 문의전화도 걸려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의 이덕원 중개사는 "매도호가가 10억원이면 매수희망가격은 9억5000만원 정도인데 정부의 발표 이후 매도호가는 떨어지지 않고 매수자는 안붙으면서 호가공백이 더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집주인들도 다급하지 않다. 서초구 반포동 태성공인 이상훈 중개사는 "집주인이 호가를 내리기는커녕 '급할 것 없다'는 반응"이라며 매도자나 매수자나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좋은사람공인의 오종학 중개사는 "강남 3구 규제 완화 소문에 잠실주공5단지에서도 급전이 필요한 집주인들은 지난주 집을 팔 수 있었다"며 "지금은 자금 여유가 다소 있는 집주인들 물건이 대부분이어서 향후 추가 규제 완화를 지켜보자며 느긋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남 집주인들이 정부의 규제완화 속도조절에도 실망치 않는 것은 정부의 포석을 '알 만큼 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청와대는 23일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이 보류된 것과 관련,"큰 틀의 방향은 해제하는 쪽"이라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강남 3구 투기지역 등 해제안은 취소한 것이 아니라 잠시 보류한 것"이라며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검토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데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 역할을 하는 CD 금리가 연일 속락하는 것도 집주인들의 버티기에 일조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아파트를 2006년 중반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매입한 사람의 경우,연 6.4%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CD금리 인하로 내년 1월부터는 연 4% 후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이자만 240만원 절약될 것으로 기대되자 한결 마음이 푸근해졌다고 한다.

이처럼 '거래 실종' 사태가 다시금 서울 강남권 등지에서 재연되자 중개사들은 '올해 장사는 12월22일자로 끝났다'며 연초까지 휴업하겠다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김정원 신대치공인 중개사는 "올해 장사 끝났다는 말이 맞다"며 "중개사 입장에서는 이번이 기회였는데 아쉽다"며 고개를 떨궜다. 다른 한 중개사는 "예년 같으면 연말까지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이리저리 뛰었는데 올해는 다 지나간 것 같다"며 "연초까지 보름 정도 쉬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장규호/이호기/정호진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