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2세 벨기에 국왕이 만 사흘간의 숙고 끝에 이브 레테름 총리의 사의를 수락했다.

총리실은 22일 성명을 통해 "알베르 2세 국왕이 레테름 총리의 사의와 내각의 동반 사의를 수락했다"고 밝히고 레테름 총리 내각은 후임 총리가 지명될 때까지 국정을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베르 2세 국왕은 그러나 레테름을 대신해 국정을 떠안을 후임 총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RTL 등 벨기에 언론들에 따르면 알베르 2세 국왕은 이날 오전 레테름 총리를 면담, 사퇴 의사를 재확인하고 나서 내각 총사퇴를 수락했으며 레테름 총리가 이끄는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 기독민주당(CD&V) 소속의 윌프리트 마르턴스 전 총리를 불러 후임 총리 인선을 맡겼다.

마르턴스 전 총리의 의견을 검토, 알베르 2세 국왕이 후임 총리를 지명하면 새 내각이 구성된다.

레테름 총리는 포르티스은행 소액주주들이 은행 매각에 반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가 판결을 앞둔 재판부 판사들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권으로부터 강력한 사퇴 압박을 받자 지난 19일 내각 총사퇴를 제안했고 이에 각료들이 뜻을 함께하자 알베르 2세 국왕에게 내각 총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알베르 2세 국왕이 숙고 끝에 사의를 수락함으로써 작년 총선 이후 9개월여 동안 과도정부 체제로 '표류'하다 올 3월에야 어렵게 연정을 구성하면서 출범한 레테름 내각은 9개월 만에 '침몰'하고 벨기에 정국은 다시 혼돈에 빠지게 됐다.

특히 레테름 총리는 '삼권 분립'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난 속에 정치적 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렸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