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을 분양된 것처럼 속여 200억 받아… 건설사 오너 구속되기도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된 것처럼 속여 대출금을 받는 이른바 '바지계약' 사기 대출로 중견 건설업체 회장이 구속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출 행태가 공공연한 관행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대구지방검찰청 형사4부는 지난 7월 경상북도 경산의 아파트 허위 분양으로 금융권에서 중도금 20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곽정환 대동그룹 회장(대동종합건설 대표.57)을 12일 구속했다. 곽 회장은 회사 직원이 브로커와 공모해 220여명의 '바지계약자' 이름을 빌려 가짜 분양계약서를 작성한 뒤 금융권에서 200억원의 대출을 받는 회사의 계획을 직접 보고받고 지시한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동종합건설은 미분양 아파트의 물량 증가로 인해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사기 대출에 나섰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이 회사 분양본부장을 비롯해 사기 대출 브로커 서모씨(36)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대동종합건설은 시공능력평가 72위의 중견 건설사로 아파트 브랜드 '다:숲'으로 널리 알려졌다. 최근 금융채권단의 대주단협약에도 가입을 신청했다.

건설업계는 곽 회장 구속 이후 검찰의 칼날이 업계 전체를 겨누게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분양아파트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면서 대동종합건설의 사례와 같은 사기대출이 건설업계에서는 공공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대구 일대에서는 '바지계약자'를 모아 계약률을 올린 뒤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는 건설사들 이름이 나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동종합건설 관계자도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한 건설사 중 상당수가 같은 방식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미분양아파트가 정부 공식 집계를 훨씬 뛰어넘고 금융권의 건설사 대출 가운데 상당부분이 부실이라는 방증이어서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권 전반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