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통행에 지장 초래..국가 변상금 내라"

국회가 서울시의 도로를 침범해 담장을 설치했다가 30여년 만에 101억 원의 도로사용 변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4부(정장오 부장판사)는 국회 담장에 대한 도로사용 변상금을 취소해달라며 국가가 서울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01억3천여만 원의 변상금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국회는 1974년 국회의사당 대지를 둘러 담장을 설치하면서 서울시에 토지 경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95년 서울시 영등포구청은 국회 담장을 끼고 있는 도로가 좁아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며 서울시 땅을 침범하고 있는 담장 부분을 철거해달라고 국회에 통보했다.

다음해인 1996년 지적측량을 해보니 국회 담장이 무단 점용하고 있던 서울시 소유 땅은 7천488㎡였다.

알고 보니 서울시도 국회의사당 앞쪽의 국가 소유 토지 4천916㎡을 무단 사용하고 있었고 국회와 서울시 사이에 협의가 시작됐다.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다가 또다시 10여년이 지난 2007년 영등포구청은 국가에 지난 5년간의 도로사용 변상금 약 101억5천만원을 부과했다.

국회의사당 대지는 국회가 관리청으로 지정돼 있지만 국가 소유로 돼 있어서 변상금이 국가에 부과됐다.

국가는 "1996년 지적 측량 당시 도로 점용 부분의 사용에 대해 묵시적 승낙이 있었다"면서 변상금 부과에 반발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국회가 서울시와의 협의 후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뚜렷한 대책이나 조치를 취했다고 보이지 않으며 무단 점용으로 수십년간 시민들의 통행에 적잖은 지장을 초래해왔다"며 변상금 납부 의무를 인정했다.

그러나 무단 점용 부분과 같거나 비슷한 용도가 아닌 대지를 기준으로 변상금이 산정됐다며 일단 변상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영등포구청은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변상금 납부 의무에 대한 판단을 1심과 같이 하면서도 기준 대지 선정에도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액수 계산이 일부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 국가가 101억3천여만원의 변상금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