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400개 협동조합이 일자리 창출, 우리도 '中企 경쟁력' 강화해야

우리 경제는 8일 수출 4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세계11위의 무역강국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경제의 '풀뿌리'랄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그 어느때보다 크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물경기 침체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해법찾기에 골몰하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체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70년대 불황을 겪었던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5대도시의 하나로 꼽힌다. 연간 13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볼로냐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볼로냐 경제가 이렇게 강한 이유로 흔히 협동조합의 역할을 든다. 실제로 볼로냐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역경제시스템이 탄탄히 구축돼 있다.

400여개에 달하는 협동조합은 청년들에게 좋은 직장으로 인식돼 있고 이들 조합은 제조업,소비자,서비스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 걸쳐 구성돼 있다. 조합은 조합원인 중소기업자를 위해 공동구매ㆍ판매 등의 공동사업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또 조합수익금 일부는 지역발전을 위해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자체는 지역협동조합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조합과 지자체 간 상생의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협동조합 소속 중소기업이 잘되다 보니 볼로냐 지역의 일자리는 계속 늘고 지역경제는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조합은 협동조합의 원칙인 '평등,분배,상호부조' 정신에 의해 움직이며 지역사회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1년 제정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해 무려 917개의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설립돼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부족해 대다수 국민들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이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금형산업의 경우 대일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계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 수출 4억달러,수입 6662만달러로 3억3338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대일역조개선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금형산업의 이런 성과에는 협동조합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동력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협동조합의 사업수행은 다수의 중소기업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그를 통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협동조합 원칙에 따른 민주적 운영방식은 일반 기업과 차별화된 상호부조정신의 이념이며 사회적으로 그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셋째 중소기업자간 상호부조 성격은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자본주의시장경제 내에서 '협동' 및 '자조' 그리고 '신뢰'의 정신을 보여주며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에 대한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시장에서 일어나는 시장실패의 보전을 위해 정부는 지역밀착형 협동조합 기능,대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진기지로서의 협동조합 역할 등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한다. 또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다하게 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는 데 일조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