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7일 대통령의 연임제한 철폐를 담은 개헌안에 대한 국민 투표를 내년 2월27일 실시할 것을 제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관영TV를 통해 연설하는 가운데 지난 1989년 2월27일 공공교통 요금 인상 등에 항의하여 시민들이 봉기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 개헌안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엘 카라카소'로 알려진 1989년 시민봉기는 당시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 정부가 공공교통 요금 인상 등 경제정책을 발표하자 시민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정부의 진압과정에서 최소 3천명이 사망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2월27일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좋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개헌은 기념일의 일부가 돼야 하며 혁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집권 10주년이 되는 6일 지지자들에게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담은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수도 카라카스 대통령궁으로 통하는 대로에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가운데 "신과 국민이 원할 때 까지 계속 통치하겠다.

올해 성탄절을 (개헌 지지) 유세중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의회 선거에 야당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여당이 절대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의회는 다음 주에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담은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국민투표에 회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야당들은 차베스 대통령의 대통령 임기제한 철폐 시도는 "반민주적이고 위헌일 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상충된다"면서 집권연장을 위한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으로 발표했다.

야당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차베스 대통령의) 14년 집권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같은 내용을 담은 개헌안에 대해 작년 12월에 이어 또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권 지도자 오마르 바르보사는 야당들은 단결하여 개헌안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바르보사 의원은 "차베스는 정부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전부 박해하는 군사.독재정권을 세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 비난하고 "야권은 계속 정권을 잡겠다는 차베스의 야심을 분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관련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250만 건의 국민청원이 있거나 의원의 30%의 요구가 있으면 선관위에 국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으며 선관위는 결격사유가 없으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