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년 총격 사망뒤 차량 방화, 은행.상점 공격

그리스에서 경찰이 16세 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뒤 이를 비난하는 폭력 시위가 7일 그리스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AF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아테네에서 시위를 벌이던 알드레아스 그리고로풀로스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뒤 아테네 도심은 물론 제2의 도시인 테살로니키, 남부 크레타섬과 북부 코모티니, 이오안니나 등 그리스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폭동에 가까운 과격 시위가 이틀째 계속됐다.

아테네 엑사르키아 구역과 에르무 거리 등 도심에서는 수백명의 청년들이 은행의 유리창을 깨고 자동차와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으며,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에 돌과 화염병으로 맞서면서 곳곳에서 교통이 두절되는 등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태다.

일부 시위대는 아테네의 주요 대학 건물들을 점거한 채 경찰의 과잉대응과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 정부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청년들의 폭력 시위로 아테네 등 주요 도시에서 20여대의 자동차가 불에 탔으며, 은행 17곳이 공격을 받았으나 아직 약탈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총에 맞아 숨진 그리고로폴로스가 다른 30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돌과 막대기 등으로 경찰차를 공격하자 차에 타고 있던 2명의 경찰관 중 한 명이 밖으로 나와 위협 사격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목격자들은 당시 청년들의 경찰차 공격은 없었으며, 몇 차례 거친 말들이 오간 뒤 한 경찰관이 청년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한 목격자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사건은 냉혹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그리고로폴로스는 복부에 모두 3발의 총을 맞은 것으로 알려져 '위협사격'이었다는 경찰 해명의 진위에도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물의를 일으킨 경찰관 두 명은 현재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내무장관과 파나요티스 히노포티스 청소년부 장관은 이에 책임을 지고 카라만리스 총리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총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총격 사건이 일어난 아테네 엑사르키아 구역은 1985년에도 15세 소년이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뒤 좌파 시위대와 경찰 간의 대규모 유혈 충돌이 벌어진 적이 있으며, 이후 좌파 무정부주의자들의 시위 무대가 돼왔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