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실물경제가 완연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금융시장 불안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시 '3월 위기설'이 떠돌고 있다.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건설.조선.자동차업 등의 부실이 현실화되고 외국 금융기관의 자본회수가 본격화되면서 3월에 우리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정부 관계자들도 일제히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 가장 큰 어려움을 맞을 것으로 진단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9월 위기설'과 마찬가지로 '3월 위기설' 역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그 가능성을 상당히 낮게 보고 있다.

◇ '3월 위기설' 근거는
'3월 위기설'은 인터넷 경제논객인 '미네르바'가 신동아 12월호 기고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는 정부의 대응기조가 현재처럼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 내에서도 내년 상반기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위기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걱정거리로,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특별한 비상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정책을 추진중이지만 언제까지 최악의 상황이 갈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최악의 상황이 진행된다는 전제에서 내년도 예산을 짰다"고 설명했다.

10년전 외환위기 극복을 진두 지휘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는 진행형으로 앞으로 2∼3달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책대응에 실패하면 경제파국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위기설의 근거는 최근 우리 경제의 실물지표가 급속도로 악화되는데 기반한다.

올해까지 20%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했던 수출이 지난 11월 18.3% 감소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 또는 분기별로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가 건설사와 조선사에 이어 자동차.반도체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특히 중소기업이 큰 어려움에 처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위기설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도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월 말이나 내년 3월 말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있어 국내 채권을 일시에 회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증권은 1일 내놓은 '2009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환율 평균치를 1,475원으로 전망하면서도 올해 12월 외국은행 지점의 국내 운용규모 축소와 내년 3월 일본은행들의 결산기를 앞둔 자금회수 시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1,700원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외국금융기관들이 12월 말이나 3월 말에 회계연도 결산을 하게 되는데 자신들의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우리나라에 빌려준 돈을 일시에 회수할 수 있다"면서 "특히 3월 말은 일본 은행들이 결산을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 정부 "위기 가능성 없다"
정부는 그러나 '3월 위기설'이 지난번 불거진 '9월 위기설'과 마찬가지로 근거없는 루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3일 "지금도 금융기관들이 3개월 마다 한번씩 보고서를 내도록 돼 있는데 그런 문제는 없었다"면서 "내년 3월에 일시에 (해외금융기관의 자본이) 다 빠져나가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국제금융상황이나 국제공조 노력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우리의 정책적 노력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월 위기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실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전 세계적으로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3월에 급격히 변하거나 갑작스럽게 특정국가의 투자자금이 회수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비관적으로 볼 경우 위기가 실물쪽으로 옮아가면서 1분기가가 가장 심각한 시점이 될 수 있고 외화자금의 만기연장도 어려울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면서 "'9월 위기설' 때도 그랬지만 준비를 착실히 한다면 순조롭게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핵심 변수는 미국의 실물경기 추락과 이로 인한 상업은행의 부실화"라며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쓸데없는 루머를 만들어서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박용주 기자 pdhis959@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