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에서 정규직으로."
금융위기의 여파가 일본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과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관의 건전성 및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미국과 유럽 등의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그 여파가 일본으로도 미치고 있다.

내수가 침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주요 수출 지역인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 위축으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데 따른 것이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라는 것이 각 기업들의 판단이다.

그동안 관리 부분 등에서 효율을 극대화해 온 만큼 인원 삭감이 1차적인 경비 절감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종전까지 인원 삭감은 판매 부진으로 고심을 거듭해 온 자동차 산업 등에서 파견사원이나 기간제 종업원 등 임시직이 1차적인 타깃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각 기업들이 정사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방식으로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에 돌입한 회사는 일본IBM이다.

"업적이 낮고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사원은 외부에서 커리어를 쌓는 등 자신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
이 회사는 이 달 초 이런 내용을 담은 문서를 내부 인터넷망을 통해 전 사원에게 보냈다.

일본IBM은 컴퓨터 서버 등의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매출이 3분기 연속 지난해 수준보다 낮았다.

회사측은 1만6천명의 사원 가운데 1천명 가량을 조기퇴직시킨다는 방침이다.

조기퇴직자에게는 특별 퇴직금 형식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유인책도 마련했다.

회사 측은 "경쟁력 강화와 사원들의 커리어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서다"라고 밝혔으나 노조 측은 "5단계의 인사평가 가운데 2단계 이하인 사원들이 퇴출대상"이라며 "회사 측이 반복해서 퇴직 의사를 확인하고 있는 예도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회사 측으로부터 '남아 있어도 일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사원도 있다.

사실상 퇴직 요구다"라며 반발했다.

정사원수 삭감 움직임은 특정 업종만의 일이 아니다.

금속가공기계 중견 메이커인 소딕은 지난 26일 330명의 전 사원을 대상으로 연내에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겠다고 공고했다.

이 회사도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특별 위로금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부품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억제의 영향으로 내년 3월기 결산에서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경영합리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는 사원들의 경우도 12월부터는 급여를 최대 20% 삭감할 계획이다.

중견 전기업체인 오키(沖)전기공업도 50세 이상 및 근속 25년 이상의 관리직 1천200명 가량 가운데 300명을 내년초 조기퇴직시킨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불황으로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파트건설 및 분양업체인 다이쿄(大京)는 사업 축소와 함께 40세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전체의 10%에 달하는 450명 가량의 퇴직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중견 건설업체인 와카치쿠(若築)건설도 아파트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과 동시에 10%에 달하는 100명을 조기 퇴직시킬 계획이다.

이밖에도 의류 업체인 레나운이 300명을, 중견 업체인 루크도 정사원의 3분의 1인 150명의 희망퇴직자를 모집키로 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26일까지 집계한 정사원 희망퇴직자 모집 현황에 따르면 이날 현재 집계된 것만도 최저 3천300여명에 달한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